박근혜의 파워…포퓰리즘 논란 '취업활동 수당' 1500억 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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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예산 325조5000억
학자금 대출금리 인하 등 '朴예산'만 5000억
힘빠진 MB…4대강 사업비 2000억 삭감
인천공항 민영화·노령연금 인상 무산
학자금 대출금리 인하 등 '朴예산'만 5000억
힘빠진 MB…4대강 사업비 2000억 삭감
인천공항 민영화·노령연금 인상 무산
취임 5년차를 맞는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 예산 심의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부는 철저히 소외됐다. 대통령 실장이 참석하는 고위 당정회의는 열리지도 못했다. 정부가 작성한 예산지출안은 여야 합의 과정에서 무려 3조9000억원이나 뭉텅이로 짤려 나갔다. 반면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존재감은 뚜렷이 각인됐다.
○박근혜 파워 재확인
‘박근혜 예산’으로 불렸던 취업활동 수당은 규모만 줄었을 뿐 ‘취업성공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바꿔달고 살아남았다. 1500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이 배정됐다. 내년 총선에서 표를 의식한 예산으로 볼 수 있다.
지급 대상은 청년 7만6000명, 장년 15만명이다. 취업 상담 1개월 동안 월 20만원, 직업훈련 3개월 동안 매달 31만원이 지급된다.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 정책으로 지적돼 야당인 민주통합당조차 반대했으나 ‘예산 바터(교환)’로 살려놨다.
박 위원장이 강조해온 취업 후 학자금 상환대출(ICL)의 금리 인하도 관철됐다. 연 4.9%에서 1%포인트를 낮춰주면서 이를 보전하기 위해 823억원이 더 들어갔다. 이미 끝난 세법 개정안 협의 과정에서도 박 위원장 측의 요구로 근로장려세제(EITC)가 확대됐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정부 살림살이에 최소 5000억원 이상이 박 위원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예산 증액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사업 중 상당수가 좌절됐다. 정부 예산지출안에서 3조9000억원을 삭감한 것은 통상적인 삭감금액(2조원 안팎)의 두 배에 달한다. 4대강 후속 사업인 ‘저수지 둑 높이기’가 대표적이다. 한나라당이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지 않아 야당의 삭감 요구가 그대로 관철된 사례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민영화도 여야 합의로 폐기됐다. 정부 세입예산안 중 공사 지분매각을 통해 확보키로 한 4314억원을 깎은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1327억원도 설계비 49억원만 살아남았다. 정부 홍보예산, 해외 자원개발, 정부 특수활동비도 대폭 삭감됐다. 대신 빈 자리는 복지예산이 차지했다. 무상보육 대상에 0~2세 유아를 추가하면서 3752억원이 늘었다. 무상급식에도 1264억원을 더 쓰기로 했다. 대학 등록금 예산은 기존 1조5000억원에 3323억원을 보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지원사업 예산도 3035억원 늘었다.
대신 여야가 동시에 요구한 기초노령연금 인상은 반영되지 않았다. 국민연금과 중복되는 성격이 강한 기초노령연금은 점진적으로 축소되는 게 맞다는 정부 측 입장이 완강했고, 0~2세 보육료를 지원하는 예산이 추가된 점도 감안됐다. 이 결과 국회 보건복지위가 현재 월 9만1000원인 기초노령연금을 11만3000원으로 인상하기 위해 5800억여원을 증액한 것이 예결위 논의과정에서 없던 일이 됐다.
○무기력 정부, 균형재정에 만족
정부는 재정 규모를 키우지 않은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예산이 총액 기준으로 6000억원 줄어 균형재정 확보라는 방어선은 사수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당초 민주당은 정부안에서 세출을 9조원 줄이고, 세입을 1조원 늘려 10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보편적 복지 확대에 사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예결위 한나라당 간사인 장윤석 의원도 “정부가 편성한 복지예산은 90점”이라며 “부족한 10점은 심사 과정에서 채우겠다”고 복지예산 증액을 예고했다.
하지만 여야 합의를 통해 나온 최종 예산안은 당초 여야가 발표한 목표치보다는 상당히 후퇴했다. 정부도 “균형재정은 국가 미래를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목표”라며 “복지예산 증액은 다른 선심성 예산의 삭감을 전제로 가능하다”는 ‘사수의지’를 보였다.
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대외경제 악화에 대비,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차원에서 준비해 둔 예비비 등이 삭감됐지만 정부지출 삭감에 따른 정책 훼손은 예상보다 크지 않다”며 “나름대로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이심기/서보미 기자 sglee@hankyung.com
○박근혜 파워 재확인
‘박근혜 예산’으로 불렸던 취업활동 수당은 규모만 줄었을 뿐 ‘취업성공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바꿔달고 살아남았다. 1500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이 배정됐다. 내년 총선에서 표를 의식한 예산으로 볼 수 있다.
지급 대상은 청년 7만6000명, 장년 15만명이다. 취업 상담 1개월 동안 월 20만원, 직업훈련 3개월 동안 매달 31만원이 지급된다.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 정책으로 지적돼 야당인 민주통합당조차 반대했으나 ‘예산 바터(교환)’로 살려놨다.
박 위원장이 강조해온 취업 후 학자금 상환대출(ICL)의 금리 인하도 관철됐다. 연 4.9%에서 1%포인트를 낮춰주면서 이를 보전하기 위해 823억원이 더 들어갔다. 이미 끝난 세법 개정안 협의 과정에서도 박 위원장 측의 요구로 근로장려세제(EITC)가 확대됐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정부 살림살이에 최소 5000억원 이상이 박 위원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예산 증액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사업 중 상당수가 좌절됐다. 정부 예산지출안에서 3조9000억원을 삭감한 것은 통상적인 삭감금액(2조원 안팎)의 두 배에 달한다. 4대강 후속 사업인 ‘저수지 둑 높이기’가 대표적이다. 한나라당이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지 않아 야당의 삭감 요구가 그대로 관철된 사례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민영화도 여야 합의로 폐기됐다. 정부 세입예산안 중 공사 지분매각을 통해 확보키로 한 4314억원을 깎은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1327억원도 설계비 49억원만 살아남았다. 정부 홍보예산, 해외 자원개발, 정부 특수활동비도 대폭 삭감됐다. 대신 빈 자리는 복지예산이 차지했다. 무상보육 대상에 0~2세 유아를 추가하면서 3752억원이 늘었다. 무상급식에도 1264억원을 더 쓰기로 했다. 대학 등록금 예산은 기존 1조5000억원에 3323억원을 보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지원사업 예산도 3035억원 늘었다.
대신 여야가 동시에 요구한 기초노령연금 인상은 반영되지 않았다. 국민연금과 중복되는 성격이 강한 기초노령연금은 점진적으로 축소되는 게 맞다는 정부 측 입장이 완강했고, 0~2세 보육료를 지원하는 예산이 추가된 점도 감안됐다. 이 결과 국회 보건복지위가 현재 월 9만1000원인 기초노령연금을 11만3000원으로 인상하기 위해 5800억여원을 증액한 것이 예결위 논의과정에서 없던 일이 됐다.
○무기력 정부, 균형재정에 만족
정부는 재정 규모를 키우지 않은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예산이 총액 기준으로 6000억원 줄어 균형재정 확보라는 방어선은 사수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당초 민주당은 정부안에서 세출을 9조원 줄이고, 세입을 1조원 늘려 10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보편적 복지 확대에 사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예결위 한나라당 간사인 장윤석 의원도 “정부가 편성한 복지예산은 90점”이라며 “부족한 10점은 심사 과정에서 채우겠다”고 복지예산 증액을 예고했다.
하지만 여야 합의를 통해 나온 최종 예산안은 당초 여야가 발표한 목표치보다는 상당히 후퇴했다. 정부도 “균형재정은 국가 미래를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목표”라며 “복지예산 증액은 다른 선심성 예산의 삭감을 전제로 가능하다”는 ‘사수의지’를 보였다.
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대외경제 악화에 대비,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차원에서 준비해 둔 예비비 등이 삭감됐지만 정부지출 삭감에 따른 정책 훼손은 예상보다 크지 않다”며 “나름대로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이심기/서보미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