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봤어?" 정주영式 정신무장…낙오자는 가차없이 퇴교
경기도 안산 중소기업진흥공단 내 청년창업사관학교 복도에는 청년 시절 맨주먹으로 창업해 글로벌 강소기업을 일군 변대규 휴맥스 대표,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 등의 성공 스토리가 포스터 형식으로 붙어 있다.

자살의 문턱에서 재기한 오석송 메타바이오메드 대표 등 오뚝이 기업인들의 감동 사연과 창업자들의 우상인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의 성공담도 시선을 붙잡는다. 매일 아침 이들의 스토리를 읽고 불굴의 도전 정신을 키우라는 의미다.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게 마음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시절이던 2010년 초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설계한 송종호 중소기업청장은 “기술은 기본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창업자의 마음가짐”이라며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이봐~~해보기나 했어’라는 도전 정신이나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의 창의적인 마음가짐이 바로 이들 청년창업가에게 요구되는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도전 정신을 북돋우기 위해 입소자들은 남녀 불문하고 해병대캠프에 참가한다.

선발에서 입교, 제품 개발계획 수립, 기술개발, 시제품 제작, 마케팅, 졸업 연계 지원까지 숨가쁘게 이어지는 1년 과정(최대 1년 연장 가능) 속에서 3단계 평가를 실시하며 탈락자를 추려낸다. 자금, 기술, 생산장비, 교육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대신 엄격한 평가 속에서 나태한 사람은 가차없이 퇴교시킨다.

○최대 1억원의 사업자금 지원

청년창업사관학교 1기 입소자는 240여명이다. 4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이들에겐 최대 1억원(본인부담 30%)의 사업자금 등 파격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입소자들에겐 칸막이로 나눠진 대여섯평 남짓한 공간을 제공한다. 150여명이 둥지를 틀고 있다. 다른 곳에 사업장을 마련한 업체들은 제외된다. 입소자들에겐 아울러 창업교육, 1 대 1 창업코칭, 사업비 지원 등이 이어진다. 창업코칭에서는 경영과 기술지도와 자문이 이뤄진다. 대다수 창업자가 이공계 출신이어서 경영 관리 재무 세무지식이 부족하다. 곽미나 라비또 대표는 “경영 관리 분야 코칭에서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졸업준비 과정에서는 자금조달, 투자유치, 판로지원 등을 뒷받침한다.

특히 일반 창업보육센터에서는 보기 힘든 고가의 CNC머시닝센터(1억~2억원)와 샘플제작 장비(8억원), 역설계(먼저 시제품을 만든 뒤 설계하는 것)를 위한 3차원 곡면용 레이저스캐너(3억원)와 다관절스캐너(2억원)도 갖추고 있다. 이들 가운데 래피드 프로토타입 장비는 대당 가격이 8억원에 이르는 고가 장비다. 설계도에 따라 작은 노즐로 에폭시 수지 계열의 액체가 분비돼 각종 샘플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설비로 신기술 아이디어 제품을 속속 상품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현재 안산 한 곳뿐이지만 새해에는 광주 경산 창원에도 문을 연다. 모두 4곳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이스라엘·독일도 청년창업 육성

이스라엘 독일 핀란드 등 몇몇 앞선 나라들도 청년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벤처기업의 나스닥 상장이 많은 나라로 유명한 이스라엘은 예루살렘 하이파 등 주요 도시에 26개의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성기홍 한국벤처투자 본부장은 “예루살렘 창업보육센터는 영화 등으로,테크니온시드는 정보통신 쪽에 특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별로 최대 50만달러를 지원한다.

독일은 연방경제과학기술부가 혁신적인 창업을 단계별로 지원하기 위해 창업촉진자금(EXIST)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총 3500만유로를 투입했다.

안산=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