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재테크 해빙기'…金·채권보다 주식투자가 유망
글로벌 재정위기의 먹구름이 드리운 데다 미국 신용등급 하락, 김정일 사망 등 악재가 많았던 2011년. 그야말로 ‘가진 자산을 잘 지키기만 해도 성공’이던 한 해가 지나갔다. 흑룡의 해라는 2012년에는 재테크 판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은행·증권·보험·부동산 분야의 전문가 52명에게 물은 결과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52.5%)이 2012년 재테크 화두로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꼽았다. 약 3년에 걸친 글로벌 금융위기와 재정위기 동안 저평가된 주식·부동산 등이 적지 않은 만큼 새로운 투자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쉬어가는 것도 투자(25.4%)’라거나 ‘무조건 현금 확보가 우선(5.1%)’이라는 답을 택한 이들이 있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적었다. 재테크 휴식기를 지나 슬슬 몸풀기에 들어가고 있는 시장 분위기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 “작년보다 나아진다”

응답자들의 절반 이상(55.8%)이 새해 재테크 전망에 대해 작년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2011년과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도 40.4%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나빠질 것이라는 답은 3.8%에 그쳤다.

주식시장은 대체로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에는 지지부진하다 하반기에 상승세)’를 점치는 목소리가 강했다. ‘주춤하다 하반기에 상승한다’는 답이 65.3%에 달했다. 박스권에서 오락가락하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답이 26.5%로 뒤를 이었고, 상승하다 하반기에 주춤할 것이라는 답은 8.2%에 불과했다.

부동산은 가격 변동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 다수(40.4%)였지만, 저평가된 소형 아파트·수익형 부동산 등은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조언도 적지 않았다.

# 주식시장에 기회 있다

새해에 투자할 만한 상품으로는 응답자의 절반(50.0%)이 ‘국내 주식’을 꼽았다. 직접투자·펀드를 비롯해 주가연계증권(ELS)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주식 관련 파생상품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등 신제품 출시 계획이 많은 정보기술(IT) 관련 업종, 중국 관련 수혜업종 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이명열 대한생명 재무설계지원팀 연구원은 “2012년 코스피지수는 1600~2300 사이를 오르내릴 것”이라며 “실적이 경쟁사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IT주나 수급 여건 개선이 기대되는 우량 중소형주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많이 꼽힌 것은 부동산(12.5%), 금(10.9%), 채권(9.38%) 순이었다. 글로벌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탓에 금 등 실물 투자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는 분위기였다. 아울러 낮은 예금금리를 보완할 수 있는 국내외 채권상품에 대한 주목도가 과거보다 높아졌다. 조완제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은 “변동성을 관리할 수 있는 ELS 장기채권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 노후 대비 장기투자상품 가입 추천

최근 ‘100세 시대’라는 말과 함께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후 대비가 재테크의 주요 화두로 등장했다.

응답자들은 노후 대비를 원하는 40~50대 투자자에게 추천하는 재테크 전략으로 ‘장기투자상품 가입(40.0%)’을 첫손에 꼽았다. 이어 △보험상품 리모델링(25.0%) △수익형 부동산 비중 확대(16.7%) △배우자의 국민연금 가입(11.2%) 등이었다.

새해 재테크의 최대 변수로는 ‘유럽발 경제위기’가 지목됐다. 전체 응답자 3명 중 2명(65.5%)이 이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지속 가능성을 우려했다. 총선과 대선 등 선거 바람으로 인한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13.8%)이나 북한의 정정불안(10.3%) 등도 주요 불안요인으로 여겨졌다.

우기호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국내 재테크 전망은 결국 세계 경제의 흐름을 거스르기 어렵다”며 “글로벌 위기가 심화되면 주식·부동산이 강세를 보이기 어려운 만큼 세계 경제 동향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은/박성완/조성근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