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구조개편 막판까지 진통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간사 접촉을 통해 합의한 2012년 정부 예산안에는 ‘농협 이자보전액 1500억원’이 들어 있다. 이 돈은 오는 3월까지 ‘농협중앙회의 금융(신용)부문과 농업(경제)부문을 분리하는 사업구조 개편’에 필요한 예산이다. 농협 측은 사업구조 개편에 6조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정부는 이보다 2조원 적은 4조원(1조원은 현물출자, 3조원은 이자보전)만 지원하겠다고 나왔다. 3조원의 연간 이자보전액을 1500억원(연 5% 이율 적용)으로 계산한 것이다.

이 돈이 ‘여야 합의안’에 들어갔다면 야당인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정부의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 실제로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강기정 의원은 여야 간사 합의 사실을 외부로 알린 뒤 “농협 사업구조개편에 대한 정부안이 그대로 갈 것”이라며 ‘1조원 현물출자, 3조원 이자보전’을 골자로 한 정부안을 수용했음을 30일 오후 2시께 기자에게 알렸다.

하지만 민주당은 간사 합의결과를 전해들은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합의사항을 뒤집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4시께 “농협의 신경(금융과 농업경제부문)분리와 관련된 이자보전을 위한 1500억원 예산을 전액 삭감할 것을 요구한다”며 어깃장을 놨다. 그는 “(한나라당이 받아들이지 않으면)2012년 예산안 합의처리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경고한다”고까지 강경하게 나섰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농협 사업구조 개편을 ‘최소 1년 이상 연기’한다는 당론을 그대로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또 사업구조를 개편하더라도 6조원을 현물로 다 주면 되기 때문에 이자보전 예산은 필요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여야 간사 실무접촉에서 논란이 되지 않았던 농협 문제를 다시 꺼내들어 강경하게 나서는 데에는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농협노조가 포함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농촌 표 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예산안 협의 과정에서 농협 사업구조 개편에 투입되는 예산과 관련, ‘삭감이나 증액’ 등 특별한 요구가 없었다는 것이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얘기다.

실제로 강 의원은 의원총회가 열리는 동안 기자들과 만나 “(농협 사업구조개편과 관련해)당 내부에서 반발이 있어 불안한 게 있다”며 “어렵게 합의한 건데 이게 어떻게 튈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농협의 사업구조 개편 문제가 2011년 정기국회의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정부는 민주당을 설득하기 위해 이자보전 예산으로 500억원을 더 지원할 수 있다는 방침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 관계자는 “정부가 이자보전 예산을 1년에 500억원씩 늘려주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예산을 늘리더라도 민주당이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민주당은 정부안에 반발, 2017년까지 농협 사업구조 개편을 연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최인기 농림식품위원장(민주)은 “정부가 농협 신경분리에 필요한 부족 자본금을 출자하거나 출연하지 않으면 당연히 농협법은 유예돼야 한다”며 2월 국회에서 농협법 재개정을 시사했다.

서보미/허란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