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값 t당 1만원 인상 통보에…레미콘업계 "생존기반 흔들…파업 불사"
연초 레미콘업계와 시멘트업계가 시멘트 가격 인상 문제를 놓고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3일 레미콘 및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아세아시멘트를 제외한 쌍용양회 성신양회 등 국내 6개 시멘트업체는 지난달 중순께 각사가 거래하고 있는 레미콘업체에 일제히 ‘1월1일부터 시멘트 가격을 t당 평균 6만7500원에서 7만7500원으로 1만원(15%)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시멘트업체들은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지난해 t당 100달러에서 130달러로 30%가량 오른 데다 최근엔 산업용 전기요금도 오르고 국제 유가까지 치솟아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가격 조정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이 같은 일방 통보에 레미콘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생존 기반을 무너뜨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치라는 것이다. 지난해 시멘트업체들은 t당 평균 5만2000원이던 시멘트 공급 가격을 6만7500원으로 30%(1만5500원) 인상했었다. 이번에 1만원을 인상하게 되면 1년도 안 돼 원료값이 49% 오르는 셈이다.

한 레미콘업체 대표는 “건설시장이 다 죽어 공급가를 높이기 힘든 상황에서 원료값은 계속 올라가 중간에서 도저히 회사경영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특단의 대책이 없이는 존립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배조웅 서울경인레미콘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시멘트회사들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가격을 올려도 너무 빨리 많이 올리고 있다”며 “보름이나 한 달간 동맹파업이라도 생각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이번 사태가 단순히 시멘트와 레미콘 업계 간의 가격 힘겨루기 차원이 아니라 ‘시멘트-레미콘-건설사’로 이어지는 건설 관련 업계가 공동으로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출발한 만큼 정부 차원의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시멘트업계는 전방산업 침체, 유연탄 가격 상승, 공급 과잉이라는 ‘트리플 악재’에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레미콘업계 역시 시멘트업계와 건설사 사이에서 800여개 업체가 저가 수주로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고, 건설사는 건설사대로 역대 최악의 수주 실적에 구조조정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배문성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금융회사를 통해 한계 상황에 처한 업체를 퇴출시키거나 과잉 설비에 대한 정리를 통해 산업구조를 재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수진/김은정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