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2012] "세리 언니 조언 큰 도움…청야니 꺾고 세계 1위 목표"
유소연(22·사진)은 2008년 한국 여자프로골프 사상 처음으로 데뷔전에서 우승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사흘간 한 차례도 선두를 뺏기지 않는 ‘와이어-투-와이어(wire-to-wire)’ 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2007년 시즌 9승을 거두며 국내 무대를 평정했던 신지애(24)가 그런 유소연을 보고 농담삼아 “이제 내 시대는 끝났네”라고 말할 정도였다.

[시선 2012] "세리 언니 조언 큰 도움…청야니 꺾고 세계 1위 목표"
그러나 유소연은 그해 신인상을 타지 못했다. 라이벌인 최혜용(22)에게 근소한 차이로 밀려 2위에 머물렀다. 유소연은 “보통 신인상은 상금랭킹 10~20위권 선수들이 받는데 당시 혜용이는 4위, 난 6위로 경쟁이 치열했다”고 회상했다.

유소연은 이후 7승을 거뒀으나 상금왕 타이틀 역시 한번도 받지 못했다. 신지애가 미국으로 건너간 2009년에는 서희경에 밀려 2위를 했고 2010년 4위, 지난해 3위에 그쳤다.

그래도 지난해 그 어떤 상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 메이저대회 US오픈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유소연은 “상금왕과 US오픈 우승 중 택하라고 하면 당연히 US오픈 우승”이라고 답했다.

미 LPGA 정회원으로서 다음달 투어 데뷔전을 치르는 유소연은 “국내에서 상복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미국에서는 상복이 터졌으면 좋겠어요. 최나연 언니와 안선주 언니도 국내에서 상복이 없었는데 미국, 일본 가서 잘하잖아요”라고 말했다.

유소연은 앞으로 한 달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쇼트게임 연습에 치중한다. “톱 선수들인 청야니, 수잔 페테르센과 함께 플레이해보니 볼을 가지고 논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핀을 먹일 때도 띄워 먹이기도 하고 낮게 쳐서 먹이기도 하고요. PGA 선수들은 볼이 떨어지고 난 뒤 바운스까지 컨트롤해서 치거든요. 앞으로 이런 부분을 더 보완해야 할 것 같아요.”

유소연은 주니어 선수 시절 청야니와 자주 대결을 펼쳤다. “어렸을 때는 멀리 쳐도 ‘삐뚜로’ 가서 위협적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조절해서 치니까 정확도가 좋아졌어요. 퍼팅도 아주 잘하고요. 쉽지 않아 보이지만 세계 1위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해서 야니를 잡아야겠죠.”

낯선 미국 생활이 설레고 두렵겠지만 그는 “솔직히 걱정이 많이 된다”면서도 “대회장에 가면 언니들이 많이 있어 심리적으로 편해진다”고 얘기했다. “박세리 언니가 잘 챙겨주고 지애 언니, 나연 언니 등 선배들이 조언도 많이 해줘 든든해요. 언니들을 의지하면서 신인의 마음으로 밑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려고요.”

그의 사인에는 ‘62’가 그려져 있다. 8년 전 용인대총장배 대회가 열린 스카이밸리에서 기록한 자신의 베스트 스코어다. 그는 한국경제신문 독자에게 새해 인사 사인을 하면서 “미국에서 이 기록도 깼으면 좋겠어요. 저도 59타를 쳐보고 싶어요”라고 말한 뒤 활짝 웃었다.
[시선 2012] "세리 언니 조언 큰 도움…청야니 꺾고 세계 1위 목표"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