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증권산업 대전망] 하나대투증권 "Occupy Fear"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이 올해 내건 경영 슬로건은 “Occupy Fear(공포를 점령하라)”다.

유럽 재정위기, 한반도 지정학 리스크, 총선과 대선 등 예측하기 어려운 국내외 변수를 이유로 안전운행만 고집하지는 않겠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김 사장은 “공포를 외면한다면 손실은 피할 수 있지만 이익을 낼 수는 없다”며 “위기가 오히려 기회”라고 강조했다.

○하나금융그룹 연계영업 시너지

하나대투증권은 올해 회사가 한 단계 ‘점프 업(Jump Up)’할 수 있는 경영 여건을 기대하고 있다. 조만간 외환은행이 하나금융그룹으로 편입되면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그룹 내 연계영업의 시너지 효과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지난 4년간 회사를 경영하면서 도약을 위한 조직과 인력 정비를 마무리했다. 2015년 ‘톱3 증권사’라는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올해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김 사장은 “올해 핵심 사업 경쟁력을 다지는 동시에 미래성장 동력을 발굴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핵심사업 경쟁력은 고객 수와 자산을 늘려 강화할 계획이다. 1차 타깃은 리테일 법인영업이다. 지역 기반의 중소 금융사와 법인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하나대투증권의 복안이다. 이를 위해 5개 지역본부에 7개 전담팀을 신설했다. 정주우 경영기획부장은 “실적이 우수한 지점장급 인력을 우선 배치했다”고 귀띔했다.

[2012 증권산업 대전망] 하나대투증권 "Occupy Fear"
상품별로는 CMA(종합자산관리계좌), 적립식펀드, 해외채권 상품 판매에 주력할 계획이다. 올해 주식시장을 둘러싼 여건이 좋지 않은 만큼 주식형펀드보다는 CMA나 해외채권과 같은 대안 상품을 활발하게 공략할 방침이다.

해외 채권은 이머징 마켓(신흥 시장) 국채와 국내 기업이 해외 현지에서 발행한 외화표시 채권 판매를 염두에 두고 있다. 저금리 시대 여윳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일반 리테일(소매) 고객들이 타깃이다.

IB(투자은행) 사업부는 ‘빅딜’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짰다. 지난해 현대건설 매각이라는 빅딜 자문을 놓쳐 리그테이블 상위권에 들지 못한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것이다. 2009년과 2010년 국내 IB 관련 빅딜을 휩쓸었던 자신감도 있다. 빅딜 인수·합병(M&A) 자문은 인수금융이라는 부수입으로 연결된다.

중국 등 해외 IB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첫 출발은 국내 기업의 중국 현지 위안화채권 발행 자문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이랜드 현지법인의 회사채 발행을 자문했는데 오는 3월이면 발행이 마무리된다. 국내 기업이 현지에서 처음으로 위안화 채권을 발행하는 사례다.

장승철 하나대투증권 사장(IB 총괄)은 “이랜드가 성공하면 다른 여러 기업들의 CFO(최고재무책임자)들도 (회사채 발행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내 기업의 대만 증시 주식예탁증서(DR) 발행 자문도 연초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역시 국내 최초다.

○국제 위탁매매 영업 등도 강화

국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영업도 확충한다. 그동안 회사가 거의 신경 쓰지 않았던 사업부다. 이미 작년 말 김성수 신한금융투자 국제파생본부장을 임원(국제영업총괄본부장)으로 영입했다. 본부장 직급도 상무급에서 전무급으로 격상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인터넷과 모바일 주식거래 흐름에 맞춰 영업채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조직 진단도 병행할 계획이다. 손익분기점(BEP)에 미달하는 점포가 대상이다. 조현준 전무(경영관리총괄)는 “점포규모가 수익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거나 도심 위치가 바뀐 곳 등을 위주로 정비를 검토 중”이라며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