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대한체육회장 "체육정책 10년째 그대로…스포츠도 이제는 새 판 짜야"
“내년엔 지난 10년간 변화가 없었던 체육계에 큰 폭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제 임기가 끝나는 내년 2월엔 새 정부도 들어서게 됩니다. 올해 대선 캠프가 꾸려지면 각 캠프를 찾아다니며 체육계 전반의 변화 필요성을 전하고 설득할 생각입니다.”

3년간 체육계를 이끌어온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이 남은 1년 동안 체육계의 새판 짜기에 집중한다. 박 회장은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새로 출발하는 정부가 체육정책을 펴는 데 새로운 청사진이 필요하다”며 “대선후보들이 당선되고 인수위가 체육정책을 짤 때 도움이 되도록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여러 방안을 제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내년이 체육계 변화의 적기라고 말했다. “이번 정부가 들어설 때 체육 정책에 대한 의견을 내놓지 못했는데 지난 정부부터 10년째 옛 틀을 이어온 셈이죠. 시간이 많이 흘렀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만큼 체육 관련 정부 조직뿐만 아니라 지원 조직 등도 바뀌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한국체육학회에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공청회를 열어 체육계의 의견을 모은 다음 오는 4월쯤 각 대선 캠프에 가서 공약으로 반영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그동안 체육계 내부에서는 정부 조직상 문화체육관광부가 체육 정책을 관장하다 보니 역량을 집중하지 못해 체육부나 체육청을 신설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나왔다.

박 회장은 각각 다른 기관이 맞고 있는 체육 행정을 하나로 통합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엘리트체육은 대한체육회, 학교체육은 교육과학기술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생활체육은 국민생활체육회가 나눠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체육의 본질이 다르지 않은데도 우리나라만 이렇게 갈라져 있어요. 이를 하나로 합치는 게 낫다고 봅니다.”

런던올림픽에 대한 준비도 올해의 큰 과제다. “국민들의 기대치가 높아져 부담스럽긴 하지만 금메달 10개 이상으로 종합 10위 이내에 드는 게 목표입니다. 경제나 무역 규모에 걸맞게 체육도 세계 10위 안에 들어야죠.”

금메달 10개 이상 정도라면 비교적 조심스러운 접근이다. 그는 “전통 종목인 태권도 유도 레슬링 권투 배드민턴 양궁 사격 등에서 금메달을 한두 개씩 따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이들 종목의 국제 경기력이 향상되면서 올해는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고 얘기했다. 토너먼트에서 누구와 맞붙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선 처음으로 현지에 훈련캠프를 차려 선수들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런던과 한국의 시차가 8시간입니다. 선수들이 시차 적응도 해야 하는데 연습장 사용 시간이 하루 1~2시간밖에 안 돼 턱없이 부족하죠. 아테네올림픽 때도 고생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번엔 런던 히드로공항 옆에 있는 브루넬대학을 빌렸습니다. 체육관 기숙사 식당 주방을 통째로 빌려 선수들이 마음껏 훈련하고 한식을 먹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게다가 유도나 펜싱 등 종목에선 훈련 파트너도 데려갈 수 있어 실전 연습에 도움이 될 겁니다.”

지난해 삼수 끝에 따낸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국내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수 육성이 중요합니다. 정부 예산 88억원이 배정된 이후 다양한 선수육성책을 구상 중인데 이에 대해 9일 정부와 논의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박 회장은 2018년에 선수로 뛸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 저학년 꿈나무 선수들을 집중 육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스키는 겨울에 유럽, 여름에 뉴질랜드로 전지훈련을 보내기로 했다. 봅슬레이와 루지 등 썰매 종목도 전 세계에 경기장이 16개에 불과해 전지훈련이 필수적이다. 메달 가능성이 높은 컬링은 대표팀을 조기 구성해 집중 훈련시킬 예정이다.

“지난 3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으라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입니다. 유치엔 성공했으니 준비를 잘해서 성공한 올림픽으로 만들어야죠.”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