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부진 건설·해운·조선사 '신용등급 하향 공포'에 떤다
올 한 해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대대적인 조정을 받을 전망이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누적된 데다 재무 안정성마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등급 인플레이션을 이끌던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더 이상 하향 압력을 외면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우량 대기업을 제외한 BBB~A급 기업을 중심으로 등급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건설·해운업체에 대한 등급 조정을 단행했다. 경기에 민감해 산업 리스크가 높다고 지적돼왔던 업종들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삼환기업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BBB0’로 한 단계 떨어뜨리고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달아 추가 하향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진해운홀딩스와 한진해운도 ‘A0’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STX팬오션과 현대상선에 대해서는 등급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는 전방산업 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한일시멘트(A+)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이 밖에 대형 저축은행들의 등급도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업황 부진과 실적 악화가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체력) 훼손으로 이어진 데 따른 조정”이라며 “건설·조선·해운·전기전자(IT) 등 경기침체로 인해 재무부담이 확대된 업종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등급 산정의 투명성과 감독 강화를 포함하는 신용평가제도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금융당국 움직임에 맞춰 신용평가사들은 위험 업종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등급 하락은 BBB~A급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AA급 이상에 대해서는 발행기업 우위의 시장이 형성돼 있는 탓이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우량 대기업은 국내 채권시장 대신 해외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가능하고 계열사들의 채권발행이 많아 신용평가사가 눈치를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