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美 대선 스타트] "反오바마" 후보들 열변…삼삼오오 모여 즉석 토론
전 세계적으로 대통령 선거가 연이어 치러지는 올해의 서막이 3일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올랐다.

필자가 찾아간 공화당 코커스(당원대회) 현장은 아이오와대 안의 아이오와메모리얼유니언(Iowa Memorial Union) 건물이었다. 이곳에선 아이오와시티(City of Iowa City) 선거구 중 5개 선거구의 코커스가 열렸다. 공화당 등록유권자만이 투표할 수 있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도착 순서대로 현장에서 공화당원으로 등록한 후 중앙홀에 모여 각 후보를 지지하는 대표의 연설을 들었다.

삼삼오오 모여든 당원들은 후보자들의 팸플릿을 보거나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다. 마침 필자와 안면이 있는 초등학교 교사를 만났다. 그는 이틀 전에야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했다고 귀띔했다. 진작에 지지자를 정했던 2008년 코커스 때와는 달랐다는 설명이었다.

그의 말대로 작년 5월 이후 아이오와주 여론조사에선 후보 7명이 돌아가면서 선두를 차지했을 정도로 이곳 공화당원들은 ‘정붙일 후보’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복음주의 개신교 신자인 그 교사는 현재 7명의 후보 가운데 어느 누구도 자신의 이상형은 아니라고 말했다. 아이오와 주류 공화당 지지층인 복음주의 개신교도의 일반적인 정서를 대변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대표 연설에는 론 폴, 릭 페리, 뉴트 깅리치 등 세 후보를 대표하는 지지자만 참가했다. 연설자의 수가 적은 탓인지 코커스는 당초 생각보다 열기가 떨어졌다. 2008년 대선 때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경합한 민주당의 예비선거는 태평양 건너 한국에서도 그 열기가 느껴졌는데, 정작 아이오와 현지에서 본 공화당 코커스는 썩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 가운데 누군가를 꼭 선택해야 하는 모임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보수적인 아이오와주의 주류 공화당원 입장에선 후보지명 가능성은 가장 높지만 과거 경력을 보면 보수적 성향이라고 보기 어려운 미트 롬니를 선뜻 지지하기가 어려운 듯했다. 그렇다고 보수색채가 강한 다른 후보를 밀어 주자니 이들이 롬니를 제치고 최종 후보자가 될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것 역시 고민이었다.

대부분의 후보가 자기만의 독특한 비전을 제시해 감동을 선사하기보다는 오로지 오바마 성토에만 몰두한 것도 코커스의 열기를 떨어뜨린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필자에겐 감세, 부채 삭감, 정부 축소, 오바마 주도의 건강보험 폐지 등 이슈마다 천편일률적으로 동일한 입장을 보인 공화당 후보들에게서 팍팍한 반(反)오바마주의만 느껴졌다. 20분여간의 연설이 끝나자 곧바로 투표가 시작됐다.

아이오와주 코커스 결과는 이런 공화당 유권자들의 고민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보수주의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중도성향의 전력을 지닌 롬니와 강한 보수주의 노선을 고수했지만 최종 후보 당선 가능성은 매우 불투명한 릭 샌토럼이 박빙의 경합을 펼친 것이다.

여전히 롬니는 다음주 뉴햄프셔주 이후 강한 보수적 유권자가 포진하고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예비선거의 관문을 넘어야 하고, 샌토럼은 뉴햄프셔부터 경쟁력있는 후보임을 입증해야 할 과제를 안았다. 공화당 경선의 윤곽은 예상대로 꽤나 시간이 지나야 드러날 것 같았다.

/중앙대 정치국제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