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쓰·샤프, 지진피해 동북지역에 첨단농장
일본 정부가 후지쓰 샤프 등 일본 민간기업과 손잡고 지진 피해지역에 미래형 농산물 생산기지를 건설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일 정부가 땅을 장기 임대하고 민간기업은 정보기술(IT) 등을 제공하는 농작물 생산단지가 조성된다고 보도했다. 농장 후보지는 미야기(宮城)현 연안의 나토리(名取) 이와누마(岩沼) 등 4곳이다. 도쿄돔의 50배 크기인 200~250헥타르(㏊)에 올해부터 6년간 쌀 콩 야채 등을 시범재배한다. 이 지역은 작년 3월 발생한 대지진과 해일로 바닷물이 흘러 들어와 사실상 농사가 중단된 상태다. 이번 사업에 6년간 들어가는 총비용은 100억엔. 이 중 40억~50억엔은 정부가 예산으로 대고, 나머지는 민간기업이 지원한다.

이 사업에는 후지쓰 샤프 히타치 파나소닉 NEC 등 일본 대표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새로운 형태의 농업기술을 실험할 계획이다. 시범농장에는 농작물 및 농지의 수분과 염분, 비료 농도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센서가 설치된다. 농작물 수확과 포장에는 산업용 로봇이 동원된다. 농약 대신 발광다이오드(LED)를 이용해 병충해를 방지하는 시스템도 적용된다. 한 곳의 농지에서 여러 농작물을 동시에 재배할 수 있도록 각 논의 수위를 개별적으로 제어하는 장치도 설치된다. 농장 안에는 각종 데이터를 집약해 분석하는 연구시설도 들어선다. 출하 날짜를 역산해 작업 공정을 세분화하는 생산관리 시스템도 농업에 접목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가 이번 실험농장을 통해 노리는 목적은 두 가지. 하나는 지진 피해지역의 복구 속도를 높이자는 것이다. 민간기업의 참여 없이 지역 주민과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피해 복구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일본 농업의 경쟁력을 개선하자는 의도도 깔려 있다. 일본은 미국 등에 비해 농업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무역자유화를 추진할 경우 일본 농가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농가당 경작면적은 1.9㏊로 미국(198㏊)의 100분의 1 수준이고, 쌀 생산비용은 7배가량 높다. 쌀 가격도 60㎏당 1만5000엔가량으로 미국(6000엔)의 두 배가 넘는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