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경복궁옆 7성급 호텔 '소원성취?'
대한항공이 2년 전에 추진했다 교육계 반발로 제동이 걸렸던 경복궁 인근의 7성급 호텔 건립사업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과 정부, 청와대가 유흥주점이나 도박 관련 시설이 없는 호텔은 학교 인근에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17일 여권에 따르면 김대기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16일 열린 비공개 당·정·청 회동에서 이런 내용이 포함된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 중 처리해달라고 당에 요청했고,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이를 수용했다.

서울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데 반해 서울 시내 고급 호텔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이 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서울 시내에 호텔이 턱없이 부족해 관련 규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임시국회가 열리는 대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르면 다음달 중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지난해 6월 정부가 발의했으며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법안의 골자는 유흥·사행시설이 없는 관광숙박시설은 학교보건법상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 안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학교보건법에 따르면 학교 경계선 200m 이내인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 내 호텔을 짓기 위해서는 관할 교육청의 금지시설 해제 승인이 필요하다.

관광진흥법이 개정되면 당장 서울 안국역 인근 옛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숙소 부지 13만7000여㎡에 호텔을 짓는다는 대한항공의 계획이 현실화될 수 있다. 대한항공은 2008년 부지를 삼성으로부터 매입한 이후 지하 4층, 지상 4층 규모의 7성급 고급 한옥호텔과 한국 전통 정원, 게스트하우스, 공연장, 갤러리 등이 함께 들어서는 복합문화시설을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학교보건법에 의해 발목이 잡혀 왔다.

서울시 중부교육청이 부지 인근에 있는 덕성여중·고와 풍문여고의 면학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며 호텔에 대한 금지시설 해제를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행정법원에 이어 서울고법도 지난 12일 교육청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법이 통과돼 유흥·사행시설이 없는 호텔이 학교보건법 규제에서 제외되면 대한항공은 교육청과 소송전을 벌일 필요 없이 호텔을 지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야권과 주변 학교, 시민단체 반발이 변수다. 문방위 간사인 김재윤 민주통합당 의원은 “학교 주변에 호텔이 들어서면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주변 학교 측과 충분한 협의 없이 무턱대고 법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인근 학교와 교육계 역시 “호텔이 들어서면 학교에서 호텔 부지가 들여다보인다”고 반발하고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