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 소값 폭락에도 식당 가격은 그대로
2009년 말 평균 593만원 선에 거래됐던 큰 암소(600 내외) 산지가격은 2년이 지난 작년 말 365만30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격 하락률이 38%에 달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인 이마트의 한우 1등급 등심 100g 판매가격은 7450원에서 5800원으로 22% 싸지는 데 그쳤고, 서울시내 주요 한식집에서 팔리는 등심 1인분 가격은 3만~4만원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런 가격 괴리가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소 가격과 쇠고기 가격 결정방식의 차이에 따른 것이란 지적이다. 우병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장은 “농가 간에 많이 이뤄지는 소 거래가격은 미래가치에 따라 움직이는 일종의 선물의 성격을 띤다”고 말했다. 송아지가 큰 소로 성장하는 데는 2년 이상 걸리고 암소는 새끼를 한 번 낳는 데 1년 이상 걸리는 점 때문에 시장전망이 불투명할 때는 가격이 더 크게 하락하는 특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비해 소비자 판매가는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인증을 받은 쇠고기가 여러 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치는 데다 수요도 일정해 상대적으로 변동폭이 작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식당 쇠고기 가격이 떨어지지 않은 것은 고정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외식업계 관계자들은 주장했다. 서울 행당동의 한 한식당 관계자는 “쇠고기 구입비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약간 넘는 정도”라며 “임대료 인건비 등 다른 부대비용이 올라 메뉴 가격을 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