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통망을 갖춘 도서 총판업체 수송사가 지난 4일 부도처리됐다. 부도 어음은 65억원 규모로, 수송사와 거래해온 출판사 100여곳에 후폭풍이 우려된다.

수송사는 3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 도서 총판업체다.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 어린이 서적과 잡지, 단행본 등을 도매 유통해왔다. 2000년대 초반에는 연매출이 6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컸다. 그러나 출판시장 불황이 갈수록 심화돼 거래처가 줄어들면서 경영이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수송사 부도로 출판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소 출판사들의 타격이 예상된다. 대형 출판사는 현금 거래가 가능해 총판이 무너져도 타격을 줄일 수 있지만 주로 어음거래를 하는 중소 출판사는 직격탄을 맞는다.

중소 출판사는 유통업체에 책을 넘길 때 계약금을 받지 않고 책이 팔린 후에 판매 금액을 받고 있어 유통업체가 무너지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6월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KG북플러스가 부도를 맞는 등 최근 1년 새 출판 도매상 4곳이 무너지면서 중소 출판사의 경영난이 가중돼왔다. 당시 KG북플러스의 부도 어음 규모는 200억원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대형 출판사들은 이를 계기로 담보를 받아두는 등 위기 상황에 대비를 해왔다. 대개의 중소 출판사들은 그렇지 못해 이번 수송사 부도로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대까지 물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만화 유통이 많은 S사의 피해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해운 한국출판영업인협의회장은 “총판의 부실 경영 탓이 아니라 종이책을 구매하는 독자층이 줄어드는 출판시장 불황 때문에 부도를 맞는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며 “실효적인 독서 진흥 운동과 공공도서관의 도서 구입 확대 등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