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이 정치권 전체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사실 정치엔 돈이 들어간다. 지역구는 물론 비례대표 공천에 뭉칫돈이 오간다는 건 비밀도 아니다.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도 다를 게 없었다는 거다. 정치권 돈거래 사건이 잊을 만하면 다시 터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소위 선거 민주주의의 어두운 본질에서부터 유래할 것이다.

정치적 무관심과 선거 열풍은 그 간격이 너무 크다. 그렇다 보니 적극적인 활동가가 갖는 1표는 n분의 1이라는 정상적인 가치를 넘어선다. 정치인들이 통상 청년 유권자들에게 공을 들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귀가 가볍고 선동에 약한 청년들로부터 사들이는 1표나 속을대로 속아본 중년으로부터 사들이는 1표나 그 값은 같다. 당연히 쉽게 마음을 열어주는 청년들에게 공을 들이게 되고 회차가 거듭될수록 포퓰리즘은 심화된다. 날건달은 그렇게 정치판에 몰려들게 된다.

더욱 본질적인 것은 1표로 살 수 있는 권력이 너무도 크다는 점이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권자의 1표든, 당 대표 선출에서 당원의 1표든 1표의 권력이 너무 막강하다. 국회의원이 되면 지역구 사업에서부터 정부에 대한 온갖 압력과 민원, 각종 인사에 개입하는 것은 물론 사돈의 팔촌 취직까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곳이 없다. 1표를 모으는데 들이는 비용보다 그 표가 만들어내는 보상이 너무 큰 것이다. 당연히 국가가 돌아가는 내밀한 속사정을 알수록 더욱 의원 배지를 달기 위해 혈안이 된다. 그래서 과감하게 돈봉투를 뿌리게 된다.

돈봉투 사건이 터지자 철저한 수사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하지만 1표의 힘이 n분의 1에서 일탈하고 지금처럼 비용과 전리품 사이의 불균형 상태가 지속된다면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게 우리정치의 현실이다. 누가 당선되건 내 생활에 별로 달라질 것이 없는 작은 정부라야 비로소 떡고물을 노린 날건달들의 돈봉투 살포도 없어진다. 정치인들이 언제나 큰 정부를 선호하는 것은 다 자신들의 권력을 키우려는 처절한 노력일 뿐이다. 바보는 그런 정치인을 먹여살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