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티베트 이틀째 유혈진압
중국 정부가 독립을 요구하는 티베트 시위대에 이틀 연속 총격을 가해 최소 3명이 사망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월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있어 티베트 사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예상된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4일 중국 당국이 쓰촨(四川)성 간쯔 티베트자치주 써다현에서 시위대에 발포해 최소 2명이 숨지고 40명이 부상했다고 25일 보도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사망자가 최대 5명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인도에 있는 티베트 망명정부인 중앙티베트정부(CTA)는 “시위자 3명이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총격 사태로 이 지역에서 모든 대중 활동이 금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소식통은 “중국 경찰이 거리로 나오는 사람들에게 발포하고 있어 티베트인들은 사실상 집에 갇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 주민은 “일종의 계엄령이 선포됐다”고 전했다.

23일에도 간쯔 티베트자치주 루훠현에서 중국 당국이 티베트 시위대에 발포해 1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관영 신화통신은 승려 3명이 분신을 시도했고 이에 자극받은 군중 수십명이 칼을 휘두르고 돌을 던지며 경찰서를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시위대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경찰관 5명도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루훠현에서는 중국 당국에 신병이 넘겨질 것을 우려한 부상자들이 티베트 사원에 피신하면서 경찰 수백여명이 사원을 둘러싸고 대치하는 등 긴장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롭상 상가이 CTA 총리는 추가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개입해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침묵한다면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조치를 수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티베트의 독립과 종교의 자유를 요구하는 티베트인들의 분신은 지난 1년간 계속돼왔다.

이번 총격 사태가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번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24일 총격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티베트 사태 해결을 위해 중국 정부가 달라이 라마와 건설적인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미국 일각에서는 다음달 14일 예정된 시진핑 부주석의 백악관 방문 때 이번 총격 사태를 포함해 중국의 인권 문제를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 외무부는 “이번 사태는 폭력을 휘두른 군중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며 “국외 티베트 독립세력들이 사태의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