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 만나 악수하는 사진이 언론에 공개됐다. 오늘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도 만난다고 한다. 초보적인 미란다 선거 전략이다. 정치행사를 앞두고 거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진을 찍음으로써 자신의 급수를 높여보려는 빤히 보이는 전술이다. 복지재단을 만드는 일로 굳이 빌 게이츠를 찾아가 지도받아야 할 일이 있는지도 의문이고 실리콘밸리에서 창업과 IT전문가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계획도 의문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안 교수는 IT보안 전문가지만 전혀 국제적 인물은 아니다. 세계적 제품을 내놓은 적도 없고 국제시장에서 통하는 무언가를 만들어 본 적도 없다. 지금 미국에서는 30년 전 한국의 조그만 벤처기업이었던 두 기업이 연일 화제다. 하나는 자동차산업 메카인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자동차 전시회에서 단연 주목을 끌고 있는 현대자동차다. 천덕꾸러기 미운 오리새끼가 지금 백조가 되어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중이다. 다른 하나는 라스베이거스 가전전시회(CES)에서 “이제는 우리가 노키아도 꺾었다”며 기염을 토하고 있는 삼성전자다. 한국의 작은 기업들이 불굴의 투지로 세계시장에 나가 싸우고 드디어 승리의 깃발을 움켜쥐었다는 대서사의 장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삼성전자와 현대차 임원진은 바로 그런 일로 미국에 가 있다.

안 교수는 뭐하러 미국에 갔는지 모르겠다. 에릭 슈미트를 만나 신자유주의와 한국의 경쟁력에 대해 토론했다고 하지만 신자유주의는 전공도 아니거니와 한국의 경쟁력 문제라면 구글이 아니라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에 가서 물어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이미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한국의 산업계다. 오히려 국제 수준과 거리가 멀고 열위를 면치 못하는 것이 안 교수가 성공을 자랑하는 바로 그 분야다. 세계적인 IT 회사를 키워낼 생각은 아예 뒷전으로 돌려놓고 정치판이나 기웃거리면서 한국의 경쟁력을 논하는 일은 실로 쓴웃음만 자아낼 뿐이다. 유명인사를 만나 증명사진 찍는 일이라면 부시와 어깨동무 사진을 찍었다는 허경영 한 사람이면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