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업체인 하이테크마케팅의 김영한 대표(65·사진)는 지난해 큰일을 해냈다. 나이만큼 많은 책을 쓴 것이다. 64세에 64권째 저서. 일명 ‘에이지 북(age-book)’ 기록이다. 골프에서 나이 이하의 타수를 기록했을 때 ‘에이지 슈트(age-shoot)’를 기록했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매우 이례적인 기록이다. 김 대표는 “38세 때부터 책을 쓰기 시작했으니 28년 동안 한 해 평균 2~3권의 책을 쓴 셈”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이 기록이 다시 깨질 예정이다. 오는 3월 65번째 책을 발간하기로 이미 일정이 잡혀 있다. 66번째 책을 내는 문제도 출판사와 논의 중이다. 올해 최소한 66권, 많으면 67권 이상 가능한 상황이다.

다작(多作)이라고 품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저작 대부분은 마케팅과 자기계발, 정보기술(IT) 분야 서적이다. 그의 서재에 꽂혀 있는 책 중에는 낯익은 책이 적지 않다. 30만권 이상 팔려 베스트셀러가 됐던 ‘총각네 야채가게’, 각각 10만권 이상 기록을 낸 ‘스타벅스 감성 마케팅’ ‘민들레영토 희망스토리’ 같은 책들이 모두 그의 손에서 나왔다.

어떤 힘이 그를 다작의 길로 이끄는 걸까. 김 대표는 지난 9일 자택에서 기자와 만나 “뭔가 쓰려는 욕구를 참을 수 없고, 쓰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주위에 메모광으로 알려진 그는 그러면서 “아직도 소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100세 인생으로 봤을 때 나이 65세는 아직 소년기이고, 70은 돼야 청년, 80세여야 성년기라고 부를 만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이제 인생 3막을 시작했다”고 했다. 나이 40까지가 인생 1막이고, 그 후부터 64세까지가 2막, 그리고 지금이 마지막 장 커튼을 걷으려는 찰나라는 설명이다.

마흔 살 때까지 그는 잘나가는 샐러리맨이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아버지의 조언으로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 컴퓨터 영업을 하다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그는 삼성전자 컴퓨터사업팀의 창립 멤버였고 나이 마흔에 삼성전자 컴퓨터사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임원이 됐다. 그러나 임원이 되자마자 그는 바로 사표를 냈다. “인생은 잘나갈 때 변화를 줘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주위에서 모두 “미쳤다”고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의 두 번째 도전은 대학교수였다. 대학원에 등록하는 한편 직장생활에서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강연과 저작을 시작했다. 그는 억대를 버는 명강사였고, 결국 54세 때 국민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꿈을 이루게 된다.

김 대표는 이번에도 변화를 선택했다. 그는 이달 말 제주도로 떠난다. “그동안 다른 사람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는데 이제 내 자신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김 대표는 제주에서 두 가지를 계획하고 있다. 부인 이혜경 씨(61)와 내달 중 서귀포시에 웨딩 스튜디오를 오픈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중국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결혼 사진 분야에서 한류바람을 일으켜 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소설가인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노년에 쿠바로 가서 ‘노인과 바다’ 같은 명저를 남겼듯이 본인도 제주도에서 후세에 길이 남을 저작을 남기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김 대표는 “80권까지는 쓸 수 있을 것 같고, 가능하다면 100권을 채우는 게 목표인데 잘 될지 모르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