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 보호하라"  글로벌 금융위기의 교훈
글로벌 금융위기가 남긴 교훈 중 하나는 금융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이다. 금융회사가 금융상품에 내재된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결과 소비자들은 큰 피해를 입었고, 금융시스템도 충격을 받았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은 지난해 11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안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10대 원칙’을 채택했다. 우리나라도 금융감독원 안에 준(準)독립기구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키로 하는 등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는 크게 세 가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첫째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저신용 계층을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 외에 ‘마이크로 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와 같은 민간 부문의 자활 지원 사업도 포함된다.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을 모델로 한국에서 시작된 미소금융이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사례다.

금융소비자에게 충분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도 높아졌다. 소비자가 금융지식을 갖추면 각종 금융사기나 불법 사금융, 불완전 판매 등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미국은 대통령 직속 금융교육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정부 차원에서 금융교육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영국 캐나다 호주 등도 정부가 주도해 금융교육 및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금융감독의 패러다임도 금융회사 건전성 규제와 소비자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의 균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중이다. 건전성 위주의 기존 감독체계는 금융사의 수익성을 우선시해 소비자 보호와는 상충하는 면이 있다.

이 때문에 금융소비자 보호를 전담하는 별도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대를 얻었다. 미국은 중앙은행(Fed) 및 통화감독청과 독립된 금융소비자보호국을 신설했고, 영국은 소비자보호 기능을 떼어낸 금융규제청을 연내 설치할 계획이다.

감독정책의 변화는 금융사 경영에도 일대 변화를 예고한다. 그간 국내 금융사들은 외형 위주의 영업 확대에 치중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금융상품이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지를 검토하는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불완전 판매를 막기 위한 직원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감독당국은 금융소비자 보호정책이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만 강화하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소비자 보호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이 위축되면 소비자들의 편익은 오히려 감소할 것이다.

금융소비자 보호는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불완전 판매와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를 겪은 우리나라에서도 중요한 현안이다. 금융사의 불완전 판매 근절과 저소득·저신용층을 위한 금융 인프라 구축 등의 과제가 쌓여 있다. 금융소비자보호원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해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사들의 자발적 노력과 함께 자칫 과도한 규제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한 감독당국의 운용의 묘가 필요한 시점이다.

강민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minwoo.kang@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