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 유료화' 수익모델로 정착…10년만에 매출 43배 급성장
넥슨은 성장의 탄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게임업계 내부에서도 초고속 성장을 이룬 대표적인 기업이다. 매출은 2001년 289억원에서 지난해 1조2600억원으로 10년 만에 43배 이상 폭증했다. 넥슨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수익 모델 고도화, 공격적인 인수·합병(M&A), 다양한 라인업 등이 꼽힌다.

○부분유료화의 시초, 넥슨

10일 기준으로 국내 애플 앱스토어 매출 상위 10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들은 모두 무료다. 하지만 즐기는 것까지 공짜는 아니다. 앱은 공짜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지만 게임 내 아이템, 음원 등을 구입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애플 앱스토어 기준으로 매출 상위 10위권 중 무료 앱의 숫자는 일본 6개, 미국 5개, 프랑스 5개, 중국 4개, 독일 3개 등이다. 부분 유료화가 세계 모바일 앱 시장의 대표적인 수익 모델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부분 유료화는 앱을 무료로 내려받고 책, 음악, 게임 아이템 등을 추가로 구입해 즐길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부분 유료화 모델은 넥슨이 처음으로 시작했다. 특정기간 중 정해진 요금을 지급하고 이용하는 정액제 모델이 주를 이뤘던 2001년, 넥슨은 퀴즈 게임 ‘큐플레이(당시 게임명·퀴즈퀴즈)’에 부분 유료화를 도입했다. 게임 캐릭터를 꾸밀 수 있는 아이템을 판매한 것. 이후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등 간단히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을 중심으로 부분유료화 모델이 정착했다. 넥슨이 부분 유료화 방식을 북미 등 해외 진출 지역에서도 사용하면서 블리자드, 징가 등 해외 게임업체도 따라하기 시작했다.

부분 유료화 모델은 캐주얼 게임의 대중화에도 기여했다. 이전에는 대부분 성인 남성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R) 이용자가 게임시장의 소비자였다. ‘비엔비’ 등 부분 유료화 모델을 택한 게임들은 조작이 쉽고 간단해 여성, 초·중학생 등으로 게임 저변을 넓혔다.

출시된 지 오래된 게임에도 부분 유료화를 도입해 게임의 수명을 연장했다. ‘바람의 나라’ 등 서비스된 지 10년이 넘은 게임들 모두 부분 유료화로 전환해 새로운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미국의 유력 정보기술(IT)전문 블로그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지난해 7월 “넥슨은 북미시장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혁신적인 수익 모델인 부분 유료화 모델을 도입하고 정착시킨 선구적인 온라인 게임회사”라고 평가했다.

○성공적인 M&A

넥슨의 대표적인 캐시카우는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다’다. 메이플스토리는 지난해 국내 최고 동시접속자 수 신기록(62만6852명)을 경신했다. 던전앤파이터는 지난해 세계 최대 온라인 게임 시장인 중국에서 최고 매출 부문 2위를 차지했다. 두 게임의 공통점은 넥슨이 자체 개발한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람의 나라’ ‘마비노기’ ‘카트라이더’ 등 직접 만든 우수한 게임도 있지만 넥슨의 성공을 M&A 없이는 설명할 수 없다.

넥슨은 2000년대 중반부터 유망 게임업체를 끊임없이 인수하며 성장했다. 메이플스토리를 개발한 위젯, 모바일게임업체 인텔리전트, 던전앤파이터의 네오플, 1인칭 슈팅(FPS)게임 ‘서든어택’을 만든 게임하이 등이 대표적인 인수 게임사들이다. 넥슨은 ‘잘되는’ 게임을 보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새로운 게임으로 거듭나도록 했다.

국내 시장에 머물고 있던 메이플스토리의 해외 판로를 열었다. 또한 신작 게임 출시와 맞먹는 대규모 업데이트로 메이플스토리는 장수 인기게임이 됐다. 해외에서 매년 최고 매출 기록을 경신하는 던전앤파이터는 넥슨이 인수하기 전에는 국내용 게임에 불과했다. 하지만 중국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와 손잡고 연간 순이익 1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게임으로 만들었다. 국내 1위 FPS게임인 게임하이도 지난해 인수된 이후 이용자가 늘었다.

○폭넓은 이용자층 확보

다양한 게임을 갖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엔씨소프트는 MMORPG, 네오위즈게임즈는 스포츠, NHN 한게임은 웹보드 게임 등 경쟁업체들 대부분은 주력 게임에 따라 이용자층이 한정돼 있다. 반면 넥슨의 고객군은 저변이 두텁다. 카트라이더 등 캐주얼 게임,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 역할수행게임(RPG), 카운터스트라이크 서든어택 등 FPS게임 등 보유 게임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장르의 게임을 출시해 시장의 트렌드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사이퍼즈가 대표적이다. AOS라는 다소 낯선 장르의 게임으로 최고 동시접속자 수 8만명을 돌파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국내 PC방 열풍을 이끈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실시간 전략게임 ‘스타크래프트’의 유즈맵(사용자가 제작한 지도)인 ‘Aeon of Strife’에서 유래된 AOS는 캐릭터를 키우는 역할수행게임에 실시간 전략(RTS)과 빠른 전투를 요하는 1인칭 슈팅 요소를 접목시킨 장르다.

시장의 변화에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PC 온라인 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의 게임도 내놓고 있다. 스마트폰용 카트라이더, 페이스북용 메이플스토리 등을 이미 출시했고 최근 국내 최초로 게임 엔진인 ‘언리얼엔진3’으로 만든 스마트폰용 게임 ‘컴뱃암즈:좀비’를 내놨다. 조만간 페이스북용 소셜네트워크게임(SNG) ‘아틀란티카S’도 출시한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