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 빈부격차 확대…세계경제 디스토피아 키운다"
‘디스토피아(Dystopia·암울한 미래)가 태동하고 있다.’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소득양극화와 재정불균형을 향후 10년간 세계경제를 위협할 최대 요인으로 지목했다. 희망을 잃은 젊은 세대의 좌절과 빚에 찌든 은퇴 세대의 분노, 재정부실로 인한 사회 보호장치 붕괴로 유토피아의 반대 개념인 디스토피아가 향후 10년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경고다. WEF는 오는 25~26일 스위스의 고급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리는 포럼에서 이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잿빛 미래의 태동

"청년실업 · 빈부격차 확대…세계경제 디스토피아 키운다"
WEF는 ‘글로벌 리스크 2012’보고서에서 “새롭게 등장한 경제 위기와 사회 혼란이 세계화가 이룬 성과를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세계경제포럼 내부의 ‘글로벌 아젠다 위원회’와 전 세계 469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것으로 총 50개의 글로벌 위험요인을 제시했다. 37개 위험요인을 제시한 지난해보다 상황이 나빠졌다.

50개 위험을 관통하는 테마는 세 가지다. 우선 디스토피아의 태동이다. 희망이 적어진 젊은 세대와 빚에 찌든 은퇴세대의 증가, 빈부격차의 확대로 전 세계에 불만과 분노가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이프가드(안전망) 불안도 문제다. 보고서는 “은퇴 후 안정된 삶과 질 높은 의료 서비스는 과거 정부와 기업의 책임으로 간주됐지만 이제는 점점 개인들의 몫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이버공격 등 악의적 파괴행위에 취약해지고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기술 발전이 ‘아랍의 봄’과 같은 긍정적 효과를 낳기도 하지만 지난해 8월 런던폭동 같은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작성 책임자인 리 하웰 세계경제포럼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사람들이 자녀세대가 자기 세대보다 더 높은 삶의 수준을 누릴 것이라고 믿지 않게 됐다”며 “이 같은 불안은 산업국가에서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시스템 불안 크다

보고서는 향후 10년 내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위험으로 소득불균형과 만성적인 재정불균형을 꼽았다. 지난해 리스크 보고서가 환경 문제를 주로 다룬 데 비해 올해는 경제적 위험요인이 초점이 됐다.

하성근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양극화와 일자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 재정지출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재정지출은 한번 늘어나면 다시 줄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위험요인으로는 시스템적 금융실패, 수자원 공급 위기, 식량 부족 위기 등을 선정했다. 보고서는 “세계가 금융 실패와 식량, 물 부족 문제에 계속 취약한 모습을 보일 경우 민족주의와 포퓰리즘, 보호주의가 득세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또 50개 글로벌 위험을 경제·환경·지정학적·사회학적·기술적 위험으로 세분화했다. 각 위험군 중 시스템적으로 가장 중요한 5대 위험으로는 만성적인 재정 불균형(경제), 온실가스 배출 증가(환경), 글로벌 거버넌스(지배구조) 실패(지정학), 유지 불가능한 인구 증가(사회), 심각한 시스템 실패(기술) 등을 꼽았다.

주용석/김일규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