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연임포기 얘기는 잘못된 것…외환銀 인수후 거취 표명"
“연임을 포기했다는 항간의 얘기는 잘못된 것이다. 금융당국으로부터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은 다음 내 거취에 대해 얘기하겠다. ”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12일 밤 늦게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종열 사장 사의 표명 이후 제기되고 있는 여러 가지 설(說)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솔직히 털어놨다. 아침에는 “워낙 갑작스런 일이어서… 좀 두고 봅시다”라며 서둘러 끊었던 것과는 180도 달랐다. 금융계에 떠돌고 있는 ‘하나금융 후계 구도’ 관련 루머에 명확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하나금융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한 듯했다.

◆잇따른 비상대책회의

김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조금 넘어 을지로 하나금융 본사에 출근했다. 1층에 몰려든 기자들을 피해 지하에서 바로 8층 회장 집무실로 올라갔다. 하나금융은 이날 하루종일 엘리베이터가 8층에 서지 못하도록 했다. 김정태 하나은행장 등 김 회장이 찾은 임원 외에는 8층 출입이 엄격히 제한됐다.

김 회장은 10시께 김 행장 등 극소수 간부들만 불러 회의를 열었다. 차기 외환은행장에 내정된 윤용로 하나금융 부회장은 중국 출장 중이어서 자리에 없었다.

김 회장은 오전 11시께 외부로 나갔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김 회장이 일부 간부들과 점심 식사를 하면서 여러 현안들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오후 집무실로 돌아와 간간이 보고를 받았지만 외부인사와는 접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이날 오후에 출근해 업무를 봤다.

◆김승유 회장 거취는

금융계에선 김 회장이 오는 3월 주총에서 퇴진할지, 아니면 1년 연임할지 여부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성사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주총 전에 금융위원회로부터 인수 승인을 받는다면 1년 연임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퇴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통합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김 회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정태 행장도 이날 김 회장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어려울 때는 김 회장께서 중심을 잡고 역할을 하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임 기간이 1년인 것은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안을 만들면서 3년 임기를 마치면 1년 단위로 연임을 결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연임을 한다 하더라도 내년엔 김 회장이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나금융은 만 70세가 되면 최고경영자(CEO)를 맡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1943년 8월생인 김 회장은 내년 8월에 만 70세가 된다. 하지만 외환은행 인수가 불발되거나 오는 3월까지 지지부진하다면 김 회장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하나금융은 새 회장을 뽑아야 한다. 후계자 후보로는 김정태 행장, 윤용로 부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내분사태 가능성 있나

하나금융은 김 사장에 이어 김 회장이 물러난다고 하더라도 신한금융 내분 사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밝히고 있다. 신한금융 사태는 CEO 간 고소와 고발, 퇴진으로 이어졌지만 하나금융은 CEO가 자발적으로 책임을 지는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에선 어떤 법적 쟁송도 없다”며 “신한금융과 비교하지 말아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하나금융에서도 김 사장의 용퇴가 후계구도와 맞물려 있는 만큼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신한사태와 비슷한 의미가 일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준동/안대규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