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 이어 유니클로·자라도 고객으로…유럽·아시아 공략"
“미얀마에 진출해 현지 생산기지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임금수준이 베트남의 절반 이하인 데다 미국과의 수교를 앞두고 있는 곳이죠.”

이용백 한세실업 사장(59·사진)은 한국경제신문 BIZ Insight와의 인터뷰에서 “투자 규모와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연 매출 1억달러 이상을 내는 생산거점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한세실업이 미얀마를 새 생산거점으로 고려하는 것은 베트남에 이은 2대 생산기지인 인도네시아의 화폐가치가 계속 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장기적 수익성을 확보하고 매출을 늘리기 위한 다각화 차원이다.

이 사장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자개발생산(ODM)에 특화된 사업구조 탓에 회사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며 “디자인과 원단 생산능력에 자신이 있는 만큼 자체 브랜드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체 브랜드는 신규 개발보다는 국내 중견업체를 추가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키우겠다는 뜻도 밝혔다.

섬유업체 한창에서 일하다 1987년 한세실업에 과장으로 입사한 이 사장은 2004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기로는 1980년대 후반 사이판 해외법인의 창립멤버로 근무한 4년간을 꼽았다. 한세실업의 첫 해외 진출지로 글로벌 경영의 기반을 닦은 곳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지금도 매년 100일 이상을 해외에서 보낸다.

▶수출대상이 최근 미국에서 유럽과 아시아쪽 패스트패션(SPA·제조 직매형 의류) 브랜드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에 공급하는 물량이 95%를 넘었지만 재작년부터 유럽 바이어 유치를 추진했습니다. 지난해 스웨덴 H&M과 계약해 올해 5000만달러어치를 공급하고 스페인 자라·망고와도 샘플을 교환하는 등 접촉하고 있고요. 일본 유니클로는 이미 우리 베트남 공장 실사를 마쳤고 곧 생산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미국과 여타 지역 비중을 어떻게 가져갈 계획인지.

“내년엔 H&M으로만 1억달러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대미 수출도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비율이 확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긴 어렵지만 2~3년 안에 미국과 기타 지역 비중이 85 대 15 정도는 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SPA ‘빅3’(H&M 자라 유니클로)를 모두 유치한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기존의 오랜 고객인 나이키, 핑크, 폴로랄프로렌 등과 비교하면 가격 측면에선 중가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많은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앞으로 더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속도와 품질’을 함께 중요시하는 SPA 브랜드도 한세실업의 생산 역량을 인정한 것이지요.”

▶바이어들과의 관계도 궁금합니다.

“미국의 갭, 타겟, 콜스, 에어로포스테일 등은 10년 이상 됐고 연간 1억달러 이상 납품하는 브랜드들이죠. 이들은 단지 값이 싸다고 해서 발주하지는 않습니다. 한세실업은 오랜 기간 성과를 보여줬고 증시에 상장돼 재무구조도 양호하기 때문에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미국·유럽 경기가 안 좋은데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요.

“미국 경기에 따라 어느 정도 ‘업 앤드 다운’은 있겠지만 급감하진 않습니다. 중국 위안화가 절상되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중국 업체보다 우리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측면이 더 크지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공장의 생산 비중이 높기 때문에 수혜를 보기도 하고요. 미국과의 수교를 앞둔 미얀마에도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얀마에도 공장을 세운다는 뜻인지.

“공장을 신축할 수도 있고 현지 공장을 인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조만간 현지를 둘러보러 갈 겁니다.”

▶투자 규모는 어느 정도로 잡고 있습니까.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지주회사(한세예스24홀딩스)가 부지와 제반 과정을 최종 결정하게 됩니다. 다만 우리가 현지에 투자하면 통상 3000만~4000만 달러를 넘습니다. 미국과 미얀마가 수교를 맺으면 바로 착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과 환율 리스크도 클 텐데요.

“가장 중요한 원자재는 원사(실)인데 재작년에 이례적으로 폭등했다가 30~40% 떨어져 안정화됐고 비슷한 파동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인도네시아 화폐가치가 절상되는 추세지만 베트남은 계속 절하되고 있어 크게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더 중요한 건 위안화가 얼마나 빠르게 절상되느냐 하는 거죠. 우리에게 기회가 오는 것이고 여기에 맞춰 생산설비를 증설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가 리스크도 있지 않습니까.

“과거 사이판에서만 생산하다 현재는 폐쇄했고, 인도네시아 화폐가치가 계속 절상되는 데 대한 대안으로 미얀마 진출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과테말라 인건비가 계속 오르고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모든 품목이 면세혜택을 받는 아이티로 이동할 수도 있죠. 다만 노동의 질이 열악하고 개발이 덜 돼 시기상조입니다. 글로벌 상황에 맞춰 여러 가지로 계속 바꿔가며 항상 준비하고 있고요. 무엇보다 좋은 바이어와 매출을 늘리고, 부진한 생산기지는 축소하는 식으로 균형을 맞춰가는 게 핵심이기 때문에 큰 걱정을 안 합니다.”

▶OEM과 ODM의 비중은 얼마나 되나요.

“디자인과 원단 개발까지 우리가 하는 ODM이 현재 30%대인데 앞으로는 50% 정도로 높일 생각입니다. ODM은 OEM보다 부가가치가 대략 20~30%는 높습니다. 최근 바이어들은 직접 디자인하지 않고 ODM업체에 맡기는 추세고요. 우리는 디자인 전문인력을 서울에만 40명, 뉴욕에도 8명을 두고 있습니다. 글로벌 명문 패션스쿨 출신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보수를 과감하게 주는 것을 아끼지 않습니다.”

▶OEM·ODM이 워낙 탄탄한데 굳이 자체 브랜드에 도전할 필요가 있습니까.

“‘섬유산업은 사양산업’이고 한세실업은 하청업체라는 인식 탓에 실적과 잠재력에 비해 시장에서 너무 저평가돼 왔습니다. 그 점을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회사 가치를 높이려면 궁극적으로 자체 브랜드를 통한 패션사업 진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늘 해왔고 저력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NYbH’(뉴욕 바이 한세)와 ‘컬리수’의 성과는 어떠신지.

“NYbH는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단계로 봤으면 합니다. 컬리수는 국내에서 잘 하고 있지만 중국 진출에 좀 더 집중할 계획입니다. 다방면으로 M&A도 생각하고 있고요.”

▶M&A 대상은 국내 브랜드인가요.

“국내 유·아동복을 위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미래에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라면 얼마든지 인수할 겁니다.”

▶연구·개발(R&D)은 어떻게 강화할 계획입니까.

“바이어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해외 R&D와 영업을 강화할 생각입니다. 현지 조직을 확대해 그 나라 업체를 대상으로 직접 영업하고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원활히 할 겁니다. 옷을 입는다는 건 과거와 달리 패션을 입는 것으로 바뀌었죠.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트렌드가 바뀌면 안 입게 되죠. 소비자를 끌어당겨 자신을 표현하고 문화를 누리도록 하려면 인재 영입과 투자에 비용을 아껴선 안 됩니다.”

▶한세실업의 중장기 전략은 어떻게 짜고 계신지.

“2015년 매출 15억달러 이상 달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물론 그만큼 투자가 따라야 하고 준비할 일도 많죠. 작년은 신규 바이어를 유치하고 새 성장 모멘텀을 마련하는 준비기간이었는데, 올해는 성과를 내고 내실을 기해 한세실업의 브랜드 가치를 더 높여나갈 생각입니다.”

임현우/오상헌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