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李 초긴장…이재오 "돈봉투, 나를 잡기 위한 음모"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검찰이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후보 측 ‘돈봉투 리스트’를 확보하면서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의 줄소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친이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는 의원실과 당협 간부에게 뿌려진 자금의 출처를 파악하기 위해 박희태 후보 캠프 측에 대한 계좌 추적에 착수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검찰은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박 후보 캠프를 주도적으로 운영했던 조정만 국회의장 수석비서관과 이봉건 정무수석비서관, 김효재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 등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또 지난 12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돈봉투 살포가 있었다는 고발과 관련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14일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후보 측에서 활동했던 안병용 당협위원장(은평갑)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안 위원장은 애초 돈과 문건을 모두 준 적이 없다고 부인하다가 전날 구의원들과의 대질조사에서 “돈은 안 주고 명단은 줬다”고 진술을 일부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금품살포 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서울 및 부산의 일부 당협위원장 이름이 적힌 명단을 확보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논란은 이재오 의원 죽이기”라고 주장했다. 명단은 ‘금품살포 리스트’가 아니라 단순한 성향분석 문건이라고 말했다. 이재오 의원도 “박희태 돈 봉투 사건 진상조사가 아니라 친이계 수장으로 알려진 이재오 잡기 정치 공세”라며 “이명박 정부를 잡으려는 음모”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리스트에 오른 의원들의 줄소환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박희태 후보를 밀었던 구주류 친이계는 초긴장 상태다. 대부분 “난 아니다” “할 말이 없다”며 의혹을 극구 부인했다. 친이계 한 의원은 “이 의원은 5월에 미국으로 건너갔기 때문에 7월에 열린 전당대회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며 “뭔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18일로 예정된 귀국 일정을 단축할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에선 박 의장에게 귀국 즉시 검찰수사에 응할 것을 거듭 촉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국회의장이 장기간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속히 귀국해 적절한 대응을 해줄 것을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수원 장안에서 열린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 “지금 우리가 겪는 이 위기가 과거 모든 구태와 단절하고 새 길을 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겨울이 추워야 이듬해 풍년이란 말이 있다. 겨울 혹한이 아주 혹독할수록 해충이 다 죽어서 농작물이 잘 자라기 때문”이라며 “민심의 찬바람 앞에 숨을 것이 아니라 진실하게 국민 앞에 약속한 쇄신의 길을 한눈 팔지 않고 걸어가는 길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임도원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