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신용등급이 대규모 강등됐지만, 국내 금융시장의 방향성은 '위'를 바라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 한 달 전부터 예고된 악재라서 당장 증시에 충격을 던져주기보다 오히려 '좋은 매수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란 전망이다.

15일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프랑스를 포함한 9개 국가의 신용등급 하향을 계기로 급격한 자금이탈이나 조달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신용평가사들의 조치가 경기나 실물자산의 흐름에 비해 후행적으로 움직여 왔다는 점에서 고공행진을 거듭해온 유로존 신용부도스와프(CDS)프리미엄을 추가로 자극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번 신용등급 하향 조치가 반대급부 형태로 각국 정부의 자구책 마련 및 악재를 소화하기 위한 글로벌 공조를 강화시킬 개연성이 높다"며 지난해 유로존에서 열린 정상회담과 재무장관회의가 60번 이상 열렸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았다.

투자자들이 유럽 국가의 신용등급 하향을 바라보는 심리상태는 예상된 악재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설명. 그는 "2011년 8월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예상치 못했던 돌발악재였으나 이번 유로존 9개국의 신용등급 강등에 예상된 악재 또는 잠복된 악재의 재부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유럽발 충격을 금융시장이 잘 견뎌낼 경우, 주식시장의 방향은 '아래'보다 '위'로 무게중심을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강 팀장의 주장이다.

그는 "유럽 증시 자체도 점차 악재에 둔감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미국 증시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의 고점에 근접하는 강세를 보인다"며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 뿐만아니라 미국 다우지수도 신고가를 경신했거나 경신하려는 모습이 눈에 띈다"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 회복 및 경기 부양 노력 역시 향후 증시에 중요한 모멘텀(상승동력)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미국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던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치를 수정한데 이어 지난해 미국 더블딥의 가능성을 점쳤던 JP모건은 2012년 미국 국내총샌산(GDP)성장률을 기존 1.8%에서 2.5%로 올렸다. 골드만삭스도 10일 보고서에서 GDP성장률을 1.6%에서 2.1%로 상향 조정했다.

그는 "중국 또한 지급준비율 인하 및 중앙정부의 유동성 공급으로 총 통화(M2)가 부분적으로 저점을 통과하는 등의 신호들이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성연호 기자 bish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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