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영화시장 꼼짝 마"… 100억 大作 나가신다
초대형 영화 ‘마이웨이’의 흥행 부진에도 불구하고 올해 극장가에는 100억원대 대작들이 네 편이나 선보인다. 여름 성수기를 겨냥해 ‘도둑들’ ‘적’ ‘타워’ ‘비상’ 등이 제작되고 있다. 투자사들은 대작들의 투자 리스크가 크지만 영화산업을 키우고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계속 도전해야 할 과제로 보고 있다.

쇼박스가 총제작비 100억원을 투입하는 ‘도둑들’은 ‘범죄의 재구성’ ‘타짜’ 등 한국형 범죄영화를 개척한 최동훈 감독이 해외 로케이션으로 처음 연출하는 작품. 놀라운 화술과 귀신같은 솜씨를 자랑하는 도둑들이 마카오 카지노를 털기 위해 뭉쳤다.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이다. 지난해 6월부터 홍콩과 마카오에서 대형 리조트 ‘시티 오브 드림즈’의 지원을 받아 화려한 카지노와 이국적인 풍광을 담아냈다.

중국과 한국의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해숙 오달수 김수현 등과 중국 영화계의 대표 배우 런다화와 베를린국제영화제 신인 연기자상을 받은 홍콩 미녀 리신제 등이 등장한다.

CJ엔터테인먼트는 총제작비 140억원 규모의 ‘타워’, 120억원 규모의 ‘비상’을 각각 선보인다. 김지훈 감독의 ‘타워’는 서울의 초고층 빌딩에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인명 구출에 나서면서 펼치는 이야기를 담은 재난블록버스터. 1970년대 할리우드 영화 ‘타워링’의 한국 버전이다.

설경구 손예진 김상경 김인권 이한위 송영창 등 호화 진용이 등장한다. 파주 세트장과 고양시 아쿠아 스튜디오에서 촬영 중이다. ‘불’ 관련 세트장을 짓고 허물기를 반복하면서 촬영 회차가 일반 영화의 2배 정도인 110회로 늘었다. 불 관련 컴퓨터그래픽(CG)도 대거 등장한다.

김동원 감독의 ‘비상:태양 가까이’는 전투비행단의 작전을 담은 고공액션물이다. 정지훈(비) 신세경 유준상 김성수 이하나 이종석 정석원 등이 출연한다. 15K 전투기의 비행 장면을 ‘배트맨’ ‘인셉션’ 등의 할리우드 항공촬영팀이 세계에서 두 대뿐인 항공 촬영 전용 제트기를 동원해 찍는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8월께 곽경택 감독의 ‘적’을 선보인다. 북한군이 점령한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 북파공작원 출신 남자가 헤어진 연인을 구하기 위해 침투하는 액션블록버스터다.

이 같은 대작들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300억원을 투입한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가 흥행 부진으로 큰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1000만명이 손익분기점이지만 300만명을 밑돌 전망이다. 2차 대전 중 노르망디 상륙작전 장면은 상당한 성과를 이뤘지만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이야기가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지난해 140억원을 투입한 ‘고지전’(294만명)과 130억원을 투입한 3D 액션영화 ‘7광구’(224만명)도 소폭 손실을 봤다. 100억원을 투입한 ‘퀵’(314만명)만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하지만 ‘마이웨이’와 ‘7광구’는 60개국 이상에 수출됐다. 영화 마켓에 나오는 대부분의 국가에 팔린 것이다. 다른 한국영화들은 기껏 10~20개국에 수출된다.

이상무 CJ엔터테인먼트 투자팀장은 “대작의 리스크는 크지만 다른 영화에 비해 수출 길이 넓다”며 “영화시장을 해외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계속 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마이웨이’는 비정상적으로 비대한 경우지만 한국 영화산업 규모로 볼 때 연간 100억원대 작품 3~4편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며 “다만 대중의 취향을 보다 면밀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웨이’는 강 감독이 자신의 취향을 보여준 것이지 관객의 기대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고 그는 덧붙였다.

김태균 쇼박스 팀장은 “한국영화의 산업화에 대작들이 상당한 역할을 하는 게 사실”이라며 “멀티플렉스가 2000개 이상으로 늘어나는 데 맞춰 판을 크게 펼치려면 대작이 적절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