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의 인터넷 미디어 한경닷컴은 중소기업청,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한일재단)과 공동으로 '한일 뿌리산업 경쟁력과 한국형 모노즈쿠리 육성'을 주제로 기획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한일재단은 국내 최초로 일본 도쿄대학과 제휴해 중소기업 육성 방안을 제시하고, 한국형 모노즈쿠리 인재육성 사업을 전개해 왔습니다. 이번 기획 시리즈는 1부 한국 뿌리산업의 경쟁력, 2부 일본 뿌리산업의 모노즈쿠리 능력, 3부 한일 제조업 비교를 통한 경쟁력 강화 방안 등 총 3부로 구성됩니다. <편집자 주>

1부. 한국 뿌리산업의 경쟁력 현황과 과제

(1) 제조업 경쟁력, 일본의 '모노즈쿠리'에서 찾자

지난해 12월 한일재단은 지식경제부와 공동으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경영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모노즈쿠리 세미나'를 열었다.

일본 모노즈쿠리경영연구센터의 특임 연구원인 요시가와 료죠 도쿄대 교수는 '글로벌시대의 모노즈쿠리 기술과 인재양성' 주제 발표를 통해 "글로벌 시대에는 새로운 개념의 '모노즈쿠리'가 기업에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해 참석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료죠 교수는 "새로운 모노즈쿠리는 기업의 생산현장에 한정된 공정을 넘어 기획·개발·구매·생산·판매·고객 모두를 포함한 열린 공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상품을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가치 있는 설계정보(부가가치)를 상품에 반영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모노즈쿠리'는 철저한 장인 정신으로 일한다는 뜻이다. 지난 20여년간의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 최고 제조업 을 자랑하는 일본 경제의 경쟁력 비결이다. 작업 현장에서 '품질 제일주의'로 무장한 일본인들의 직업 철학을 지칭한다. 기업의 경우 경영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면 '모노즈쿠리 기업'으로 불린다.

지난 수년간 모노즈쿠리 경영을 연구해온 후지모토 다카히로 도쿄대 교수는 저서 <모노즈쿠리 경영학>에서 모노즈쿠리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20세기 후반 일본 경제사회가 배양해 온 '가장 자신 있는 기술'의 하나로, 요소 기술을 연결해 고객에게흐름을 만들고 새롭게 설계된 제품을 통해 고객을 만족시키는 일련의 활동이다."
[한경닷컴·한일재단 공동 캠페인] (1) 제조업 경쟁력, 일본의 '新 모노즈쿠리'에서 찾자
◆ "모노즈쿠리, 도요타 '카이젠'의 진화"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협력업체의 성장을 함께 이끌어왔던 독특한 품질관리 방식인 '카이젠(개선)'을 통해 오늘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지요."

이종윤 한일재단 전무(아래 사진)는 16일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모노즈쿠리를 이해하려면 도요타의 카이젠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쿄대학 후지모토 교수가 말하는 모노즈쿠리는 생산 단계에 머물러 있던 도요타의 카이젠 개념을 보다 진화시켜 개발-구매-생산-판매의 전 과정에서 낭비를 최대한 줄인 정체 없는 흐름의 '효율 경영'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전무는 "도요타 연구원 출신인 후지모토 교수가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학위를 받아와 생산 현장을 토대로 한 모노즈쿠리 이론을 정립시켰다 " 며 "그것이 모노즈쿠리의 발상이 나온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에서 새로운 모노즈쿠리의 중요성이 대두된 것은 고령화 및 인구 감소와 관련이 있다. 2007년부터 단카이세대(2차 대전 후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 문제가 대두되면서 기술력 저하에 따른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자신의 숙련된 기술과 노하우를 산업계에서 활용하고 싶은 퇴직자들이 지식 전승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도 배경이다.

요즘 일본에서는 모노즈쿠리 기술의 이전·계승과 다른 산업으로의 확산을 위한 인재육성 방안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최고 대학인 도쿄대는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 스쿨을 운영하면서 모노즈쿠리 보급에 힘쓰고 있다. 정부도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 양성학교를 전국 지자체로 확산하기 위해 예산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 "국내 중기에 일본 기술 도입 및 대일 수출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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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재단은 국내 중소기업 근무자들의 기술력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 모노즈쿠리 교육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일본 우수 기업에 3개월간 장기 연수를 보내 일본의 앞선 기술을 배우도록 돕고 있다. 또 일본 퇴역기술자들을 국내 중소기업에 소개해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수익성을 강화하는 사업을 진행중이다.

이종윤 전무는 "한국의 중소기업 가운데 일본으로부터 기술 도입이 필요한 업체가 많으며 기업들도 일본인 기술자 초청에 관심이 많다" 면서 "한일재단은 한국 기업의 요망 기술 분야에 맞는 일본인 기술자를 연결해 기업과 기술자 모두가 만족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산 반월공단에 위치한 금형 제조업체 건우정공은 한일재단의 일본 퇴직기술자 활용사업에 참여해 성공한 대표적인 중소업체다. 이 회사는 '신 모노즈쿠리'로 생산성을 높여 지난해 매출이 93억 원을 기록, 전년보다 두배 가량 늘었다. 올해는 100억 원 돌파가 예상된다.

박순황 건우정공 대표는 "독일 포르쉐 자동차의 계기판 케이스 금형을 수년 전부터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며 "한일재단은 전체 수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내 수출 상담 기회나 일본의 숙련 기술 매칭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한일재단은 1992년 한일정상회담을 계기로 설립된 비영리공익법인이다. 양국간 산업기술 협력을 통한 국내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우수한 기술전문가 추천 및 파견에 관한 협력을 포함, 양국간 산업기술 협력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전무는 "국내 기업들이 수출 경쟁력을 갖춰 대일 수출을 확대하자는 취지로 재단이 탄생했다" 며 "올해로 재단 설립 20주년을 맞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한경닷컴 김정훈ㆍ박은아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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