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고용 해법? 오바마를 보라
나라들마다 고용과의 전쟁이다. 미국 월가 점령 시위도 원인은 일자리 부족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과감한 감세대책을 준비 중인 것도 그래서다. 설비투자에 대한 100% 세액감면 연장, 기업들이 투자와 직업훈련용으로 미국으로 보내는 해외이익과 미국으로 되돌아오는 유턴기업에 대한 비과세 같은 파격적인 혜택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버핏세를 주장하던 그이기에 더욱 극적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감세를 통한 기업의 투자확대에서 고용해법을 찾는다는 점이다. 일자리는 기업에서 나온다는 경제원칙으로 문제를 풀려는 것이다. 시장경제가 망가져 보수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그는 원칙을 선택했다. 재선이 목표인 그로서는 어떻게든 8.5%나 되는 실업률을 낮추고 봐야 했을 텐데도 시류에 편승하지 않았다. 새삼 미국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생각하게 된다.

기업이 일자리 만든다는 원칙

고용없는 성장이 문제라고 한다. 전혀 틀리다고만 볼 수는 없다. 경제성장의 고용유발효과는 과거보다 확실히 떨어졌다. 그러나 산업이 발전하면 노동집약적 생산체제가 자본집약적으로 바뀌게 마련이고, 그에 따라 생산성이 높아져 소요 인력이 줄게 된다. 그렇더라도 근로자의 임금은 생산성 증가에 비례해서 오른다. 고용이 늘지 않는다고 성장이 필요없다거나 기업 역할이 다 끝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문제를 호도하는 궤변이다. 19세기 초 영국 산업화 과정에서 수공업 장인들은 신기술인 방적기가 일자리를 없앤다며 기계를 부수는 러다이트 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200년이 지난 지금 경제성장과 함께 고용이 엄청나게 늘었고 중산층은 부유해져 풍족한 생활을 즐기며 산다. 러다이트 운동을 주도했던 네드 러드(Ned Ludd)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반시장·반기업론자들은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해서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렇지만 통계를 보면 기업의 고용증가가 뚜렷하다. 더욱이 대기업일수록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든다. 통계청 경제총조사에 따르면 2005년에서 2010년까지 전체 근로자 수는 16.6% 늘었다. 특히 300명 이상을 고용하는 대기업은 증가율이 43%나 돼 100~299인 규모의 중견기업(29.9%)이나 50~99인 중소기업(25.3%)보다 훨씬 높다. 대기업 수도 2000개에서 3000개로 늘었다. 기업의 성장과 고용 증가가 동행한다는 얘기다.

재벌해체론, 현대판 러다이트

정치권과 정부는 감세 해봐야 대기업들 주머니나 불릴 뿐 고용이 늘지 않는다며 중소기업들이 고용을 창출할 수 있게 보조금을 더 주기로 했다. 그렇지만 중소 제조업체들은 지원자가 없어 6만여개의 일자리가 비어 있다. 외국인 근로자 쿼터를 따내려고 밤샘을 불사한다. 그런데도 고용보조금을 주면 국내 인력을 더 뽑을 수 있는 것처럼 말하니 중소기업들은 황당하기만 하다.

세계적인 고용전쟁으로 고용 보호주의가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GM이 독일 오펠로 일부 생산라인을 이전할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이런 판에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에선 급기야 재벌해체론까지 들고 나온다. 일자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고용창출의 엔진을 끄자는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이라도 벌일 모양이다. 진정 고용을 걱정한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왜 감세카드를 꺼내드는지부터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우리만 거꾸로 가자는 것인가.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