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 감사원장은 2008년 국민권익위원장에 임명되기 전까지 줄곧 학계(한양대 교수)에 몸담았다. 헌법학 분야에서는 국내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법철학, 법사회학 등 헌법 응용 분야에서 업적을 쌓았다. 교수 생활을 하면서도 상아탑 안에만 머물기보단 직접 헌법정신을 현장에 적용하는 데 관심을 쏟았다. 1989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창립 멤버이자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다수의 불합리한 법률개정을 유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고충처리위원회·국가청렴위원회·행정심판위원회를 통합한 민원 관련 총괄조직 권익위를 출범시키며 양 원장을 초대 위원장으로 임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3월 감사원장에 취임한 이후엔 단순한 기관 감사보다 주요 이슈를 과감히 파헤치는 ‘정책감사’에 초점을 맞춰왔다. 특히 “사립대의 자율권을 침해했다”는 위헌 시비까지 감수하며 감사인원 400명을 동원한 사상 최대 규모의 ‘대학 등록금 감사’를 실시했다. 결과적으로 대학들의 방만한 회계 운용과 각종 비리 실태가 드러나면서 등록금 인하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양 원장의 감사철학 중에는 ‘교육’이 우선순위에 올라 있다. 사회 전반에 퍼진 부패 문제도 교육이 제대로 안 됐기 때문이란 게 양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청렴문화 형성을 위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넓은 의미의 청렴교육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학교 현장을 비롯한 교육계가 우선 청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도 양 원장이 개혁 대상으로 눈여겨보는 곳 중 하나다. 최근 일부 지자체장들이 적자를 숨기기 위해 수천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했다는 감사 결과를 통보받은 후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다”고 말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양 원장은 “올해는 대규모 재정지출 사업에서 예산 낭비가 없는지 들여다볼 것”이라며 “특히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예산 낭비 차단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