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 대표작가' 해밋 전집 나왔다
‘비정·냉혹’을 뜻하는 ‘하드보일드(hard-boiled)’는 1920년대부터 미국 문학에 나타난 사실주의 수법. 사건과 인물에 대한 감정적인 판단을 절제하고 비정하고 냉정하게 묘사하는 글쓰기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에 뿌리를 두고 있는 하드보일드 스타일은 추리소설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하드보일드의 대표 작가인 대실 해밋(1894~1961)의 작품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게 됐다. 출판사 황금가지가 《붉은 수확》《데인 가의 저주》《몰타의 매》《유리 열쇠》《그림자 없는 남자》 등 장편 5권을 묶어 ‘대실 해밋 전집’(사진)을 펴냈다. 《몰타의 매》와 《붉은 수확》 등은 국내에서도 번역된 적이 있다. 이번 전집 출간은 지난해 말로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데 따른 것이다.

해밋은 무미건조한 묘사와 극사실주의를 표방한 탐정소설로 당시 셜록 홈즈식 수수께끼 탐정소설이 주류를 이루던 추리문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그는 여과 없는 묘사와 극도로 절제된 등장인물, 거칠 것 없이 몸을 던지는 탐정, 팜 파탈의 매혹적인 여성 캐릭터 등 현대 범죄 스릴러 소설의 기초가 된 하드보일드를 완성했다.

해밋이 개척한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추리 소설은 레이먼드 챈들러, 로스 맥도널드를 거쳐 오늘날의 인기 작가인 마이클 코넬리, 데니스 루헤인 등에게 계승됐다. 챈들러는 “해밋은 리얼리즘에 입각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려 했던 작가 중 유일하게 비평가들로부터 인정받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데뷔작인 《붉은 수확》은 위험에 맞닥뜨린 인간의 잔학성과 냉소주의를 그려내 하드보일드의 신세계를 개척한 작품. 《데인 가의 저주》는 저주받은 집안의 비밀을 풀어 나가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두 작품은 콘티넨털 탐정사무소에 소속된 화자를 내세운 것으로 평단과 대중에게 해밋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탐정 샘 스페이드를 주인공으로 한 1930년작 《몰타의 매》는 험프리 보가트 주연의 영화로도 유명하다. 《그림자 없는 남자》는 전직 탐정 부부의 활약을 그린 소설로 밴 다이크 감독의 영화로도 잘 알려졌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