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국내 기관 '선진국 NPL' 첫 투자…부실채권시장 먹잇감서 포식자로…
교직원공제회를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부실채권(NPL) 투자에 나섰다. 국내 투자자가 선진국 NPL에 투자한 것은 처음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교직원공제회와 신용협동조합중앙회 건설근로자공제회 등은 지난달부터 펀드를 통해 미국 및 유럽 NPL에 투자하고 있다. 운용사는 미국 내 NPL 전문 투자사인 콜로니캐피털이다.

해당 펀드는 7500억원 규모를 목표로 전 세계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금융회사들의 부동산 경매 물건 등 부실채권을 매입해 수익을 남기고 되파는 구조다. 국내 기관들의 투자액은 아직 200억원 미만인 것으로 전해졌다.

론스타 등 외국인들이 외환위기 때 국내 NPL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낸 지 14년 만에 국내 투자자들이 선진국 NPL에 처음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국내에 NPL 투자기법을 처음 소개한 것은 론스타를 비롯한 외국인 투자가다. 론스타는 1998년 NPL 5400억원어치를 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사들이며 국내에 첫발을 디뎠다.

외국인들이 NPL투자를 통해 평균 어느 정도 수익을 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100% 이상 수익률을 올린 경우도 수두룩했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 재정위기 등을 거치며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미국과 유럽 등지의 NPL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해당 지역 은행들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유 NPL을 어떻게든 처분하려 한다. 상대적으로 자금사정이 좋은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매 등을 통해 NPL이 나올 때마다 신규로 자금을 투자하는 구조”라며 “선진국 NPL이 증가할수록 투자 규모도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NPL투자에 나서게 된 것은 미국 부동산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2008년 이후 미국 내 NPL운용사들의 투자실적도 신뢰할 수준만큼 쌓였다는 점도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 신규주택 착공 증가 등에서 보듯이 부동산시장은 바닥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면 바로 NPL가격이 오르는 만큼 지금이 투자 적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