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 사람들은 3년간 대사 노릇을 했던 내가 잘 압니다. 거기 다이아몬드가 매장돼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2010년 4월, 서울 경복궁 인근의 한 한정식집 2층에서 김은석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당시 총리실 외교안보정책관)을 만났을 때 기자가 들은 이야기다. 이날 자리는 같은 해 5월16일부터 10회에 걸쳐 한국경제신문이 연재한 ‘뉴 이머징마켓 아프리카’ 기획안에 대한 의견을 듣고 아이디어를 교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하지만 김씨는 이날 점심시간의 상당부분을 ‘카메룬에 매장된 엄청난 다이아몬드’ 이야기에 할애했다.

그는 다이아몬드에 푹 빠져 있었다. ‘카메룬 정부가 씨앤케이(CNK)인터내셔널(당시 코코엔터프라이즈)에 광산 개발권을 주기로 한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다이아몬드 매장을 기정사실화했다. 1987년부터 3년간 본인의 카메룬 대사 경험을 들며 카메룬 정부가 이 정도로 얘기하는 것은 확실한 사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코코엔터프라이즈가 상장돼 있다는 것도, 주식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경 취재진 2명은 이후 4월 말~5월 초에 걸쳐 각각 가나·앙골라·탄자니아와 적도기니·카메룬·DR콩고·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7개국을 방문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아프리카 경제 상황과 투자 가능성 등에 관해 취재했다. 거의 같은 시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당시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김씨도 민관합동대표단으로 아프리카를 찾아 일부 일정은 동행하는 형태가 됐다. 박 전 차관은 CNK 측이 마련한 다이아몬드 컨벤션 등에 참석하고 카메룬 정부 관계자들에게 국무총리실 차장으로서 한국 정부의 지원·협력을 약속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그 무렵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은 의심할 필요 없는 한·카메룬 양국 사이의 최고 역점사업이었다.

당시 한경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는 코코엔터프라이즈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에 대한 기사화를 검토했지만 투기성이 짙어 위험하다고 판단, 보류했다. 코코엔터프라이즈가 이미 상장된 회사여서 주가조작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CNK 측은 이에 타 경제신문 기자를 카메룬에 초청해 7월12일자로 한국이 다이아몬드 생산국이 됐다는 현지 르포기사를 내보냈다. 추정매장량이 4억2000만 캐럿, 세계 연간 생산량의 2.6배에 이르고 향후 25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개발허가권을 따낸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반기부터 상업적 생산이 시작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기사를 전후로 코코엔터프라이즈의 주가는 3000~4000원대에서 5000원대로 한 차례 급등했다가 도로 주저앉았다.

주가가 1만원대 이상으로 폭등한 계기는 그해 12월17일 외교부가 낸 공식 보도자료였다. 추정 매장량은 최소 4억2000만 캐럿이라고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 보도자료는 언론계는 물론 정부 관계자들에게도 화젯거리였다. “외교부가 특정 업체를 대놓고 밀어주는 자료를 낸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라는 증언이 잇달았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자원 매장량 등에 관해 발표한 경험이 많은 지식경제부에서 이런 자료를 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대사가 상장 기업의 호재를 정부가 공식 인정하는 데 따르는 책임감보다도 자원외교에 관한 공을 본인에게 돌리고 싶었던 욕심이 더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기본적으로 지경부는 개별 기업이 개발권을 획득한 것에 대해서는 보도자료를 내지 않는다”며 “개발권을 획득한 것과 사업성은 별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