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명품관만 '따뜻한 겨울'…제한온도보다 5℃ 더 높기도
'열받은' 金여사, 명품관 갔다가 30분도 못버티고…
'열받은' 金여사, 명품관 갔다가 30분도 못버티고…
직장인 김선영 씨(28)는 지난 15일 남자친구와 서류가방을 사기 위해 서울 충무로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명품관을 찾았지만 아무것도 구입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매장 내 온도가 높아 조금만 돌아다녀도 땀이 났기 때문이다.

김선영 씨는 "남자친구는 얇은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도 명품관에 있는 투미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겉옷을 벗었다"며 "너무 더워서 다른 매장은 볼 엄두도 못 내고 30분만에 백화점을 나왔다"고 말했다.

실내온도가 20℃ 이하로 제한되면서 '너무 춥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백화점 명품관만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9일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에서 수은온도계로 직접 실내온도를 재 본 결과, 평균 24℃였다. 일부 매장의 경우 25℃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정부가 제한한 실내 제한온도보다 4~5℃나 높은 것이다.

백화점 일반 매장의 경우 20~21℃로 비교적 제한온도를 잘 지키고 있었지만 명품관만 유독 후덥지근했다.

이로 인해 일반 매장의 직원들은 유니폼 재킷과 코트를 착용했지만 명품관 매장 직원들은 재킷만 입고 있었다. 신세계백화점 명품관에는 7부 셔츠만 입고 있는 직원도 있었다. 명품관 내부에는 겉옷을 벗어 손에 들고 다니는 쇼핑객들도 눈에 띄었다.

명품관 매장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맞춰 이전보다 온도를 많이 내렸는데도 매장 내 온도는 24~25℃"라며 "고객 대부분이 자가용을 타고 와 옷을 얇게 입고 쇼핑하기 때문에 명품관 온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 측은 명품관에만 난방 온도를 높인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명품관은 일반 매장보다 폐쇄적이어서 내부 공기를 빼내고 외부 공기를 들여오는 공조시스템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난방시설은 매장을 오픈하는 아침에 한 번만 작동한다"며 "명품관의 경우 지하 1층에 있어서 공조가 덜 된다"고 말했다.

이어 "쇼핑 인파나 조명 때문에 온도가 오를 수도 있다"며 "정부가 제한한 온도에 맞추려면 에어컨을 틀어야 할 판"이라고 덧붙였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이에 대해 "쇼핑 인파는 일반 매장이 훨씬 많다"면서 "명품관의 환경이 이렇다면 사전에 난방 온도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