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외면 수입쌀…계속 들여와야하나
국내산 쌀을 가공용으로 쓰는 식품업체들이 늘면서 수입 쌀이 창고에 쌓이고 있다. 24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식품 가공용으로 쓰인 중국산이나 미국산 등 수입 쌀은 12만1188이다. 전체 소비된 가공용 쌀(24만2559)의 50% 수준이다.

가공용 쌀에서 수입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99.3%였고 2009년에도 98%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0년 82%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식품업계가 수입 쌀을 국내산으로 빠르게 대체하는 것은 원산지표시제가 계속 강화됐기 때문이다. 쌀과자 같은 가공식품은 1996년, 막걸리 등 주류는 2009년, 떡은 2010년부터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됐다. 국내산 쌀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식품업체들은 국내산 비중을 높여왔다.

정부가 쌀 재고를 줄이기 위해 2006년산, 2007년산 등 국내산 구곡을 싼값에 대거 방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업체들의 외면으로 수입쌀 재고는 급증했다. 쌀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대신 의무적으로 수입하도록 돼 있는 ‘최소시장접근(MMA)’ 물량 가운데 가공용 쌀은 2010년분(전년도 재고량 포함)이 23만7000이었다. 이 중 36%인 8만3000만 소비돼 15만4000은 재고로 남았다. 여기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들여오고 있는 2011년분 MMA 가공용 쌀 24만4000은 아직 풀리지도 않은 상태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 관계자는 “수입 쌀을 쓰던 대부분 업체들이 최근 국내산으로 바꿔 수입 쌀 소비 목표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 쌀이 이처럼 남아도는데도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수입 쌀로 수출 제품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사업성이 없어 중단했다.

한 식품 대기업 관계자는 “중국산 쌀로 제품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는 방안을 정부와 논의했지만 해외 소비자들이 쌀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아 지금은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는 1, 2년 전만 해도 쌀 가공업체들이 국내산 대신 수입 쌀을 사용하도록 유도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포기한 상태다. 쌀 가공업체 관계자는 “막걸리 붐이 처음 일었을 때 정부가 ‘수입 쌀로 막걸리를 왜 못 만드느냐’며 업체들에 수입 쌀을 쓰라고 했다”며 “지금은 소비자들의 국내산 선호가 워낙 커 그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도 쌀 수입을 매년 2만여t씩 늘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쌀 관세화를 포기하면서 ‘국내산 쌀은 부족하고 수입산은 남아도는 양극화’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쌀시장을 개방해도 소비자들의 국내산 쌀 선호도가 높아 경쟁력이 있었을 텐데, 정부가 농민들의 반대에 관세화를 통한 시장개방을 쉽게 포기해 이런 결과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