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름 바꾸면 부실 신호?
영화·비디오 배급업체인 이케이에너지는 지난해 2월 상호를 훈영으로 바꿨다. 최대주주였던 프라임개발이 부실에 빠지고 전 대표이사의 횡령·배임 혐의가 드러나자 상호 변경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는 2010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 대해 ‘의견거절’을 받아 지난해 5월13일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상호를 변경한 기업 중 상장폐지되거나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되는 등 부실기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 이름을 바꾼 기업은 40개로 이 중 2개가 상장폐지됐고 3개는 상장폐지 실질심사 등의 절차를 밟고 있다.

훈영에 이어 아시아미디어홀딩스(옛 유진데이타)가 지난해 11월 상장폐지됐고 디테크놀로지(옛 제이에이치코오스)와 오리엔트정공(옛 넥스텍)은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고 있다. 씨티엘테크(옛 에이치앤티)는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후 이의신청서를 제출, 거래소 심의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 밖에 6개사는 대규모 적자나 자본잠식 등의 이유로 한국거래소가 정하는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됐으며 3개사는 지난해 불성실공시 등의 이유로 한 차례 이상 매매거래 정지 처분을 받았다. 주가 조작 의혹에 휘말린 씨앤케이(CNK)인터내셔널(옛 코코엔터프라이즈)도 지난해 상호를 바꾼 기업 중 하나다.

상호 변경 기업 대부분은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로 상호를 변경한 32개 기업(상장폐지 기업 제외) 중 26개 기업은 지난해 주가가 코스닥지수(-2.06%)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유가증권시장의 상호 변경 기업 6개(상장폐지 기업 제외) 중에서는 2개 기업의 주가가 하락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