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금투협회장 선거 D-1, 중소형사 표심이 승부 가를 듯
차기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을 뽑는 선거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당선자는 '과반수 찬성(회원사 과반수 출석)'을 얻어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득표율 1, 2위를 대상으로 2차 투표가 진행된다.

협회장은 매년 6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집행할 수 있으며 공식 연봉은 5억원을 웃돈다. 또 판공비(약 2~3억원)를 포함하면 협회장은 한 해 최대 8억원 가량의 돈을 쓸 수 있다. 금융업계 협회장 중 최고 연봉 수준이다.

8년 만에 바뀌는 협회장(옛 증권업협회 포함) 자리를 놓고 여의도 금융투자업계가 시끌벅적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협회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주 김성태 전(前) 대우증권 사장, 박종수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 등 3명을 최종 후보로 결정, 기존 6명이던 후보군을 절반으로 압축했다. 이들 모두 대형 증권사 사장을 엮임했다.

금투협 노조 등 일각에선 이를 두고 '협회장 선거가 대형사들의 잔치로 전락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중소형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들의 '표심'을 얻어야만 확실한 당선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해 지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모든 회원사들이 '투표권'을 가지고 있어서다.

투표권은 현재 62개 증권사, 81개 자산운용사, 7개 선물사, 11개 부동산신탁회사 등 정회원 161곳에 '1표'씩 부여된다. '1사 1표'가 원칙이다. 이는 전체 투표 비중에서 70%를 차지한다.

나머지 30%에 해당되는 투표권은 협회비 분담 비율에 따라 배분된다. 협회비를 많이 낸 곳은 1표 당 약 2.0표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일부는 최저 0.4표의 투표권 밖에 행사할 수 없다.

얼핏 보면 투표권에 '가중치'가 더해진 대형사들의 '표심'이 선거의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이지만, 대형사에 비해 셀 수 없이 많은 중소형사들의 표심을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정회원 수에서 압도적인 자산운용사들이 뜻을 모으면 선거 판세는 가늠하기 어려워 진다는 시각도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중치를 부여한 뒤 투표 비중은 전체 100% 중 증권사 50%, 자산운용사 40%, 기타 10% 정도로 나뉜다. 결국 덩치가 작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의 표심을 자극하지 못하면 과반수 찬성이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운용사 상당수가 계열 증권사와 같이 동일 후보에 투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들의 향방이 코 앞으로 다가온 이번 협회장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도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2009년 협회 통합 이후로 증권사에 비해 자산운용사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 이제 80여곳에 이른다"면서 "이들이 한 목소리를 낼 경우 1차 선거 결과는 불투명해 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차기 협회장 1차 선거는 26일 협회 3층 불스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