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社 1병영] 기술 인력 年4만명 배출…병영서 자격증·대학 학점까지 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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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군은'제2의 학교'
전자·통신 등 첨단 기술 익혀 산업 현장으로
41개 심화교육으로 장기복무자 재취업 지원
전자·통신 등 첨단 기술 익혀 산업 현장으로
41개 심화교육으로 장기복무자 재취업 지원
“찬바람이 혹독하게 부는 겨울에 장갑차 계측장비 등이 고장나면 달려가 고쳤습니다. 손이 곱아 입김을 불어가며 기계장비를 뜯고 조립하다 보면 기름으로 뒤범벅된 손등은 갈라집니다. 한번은 정비하려고 헬기를 타고 이동 중 안개 때문에 추락할 뻔 했지요. 정말 아찔했습니다.”
베어링을 자동 장착하는 정밀기계장치를 생산, 현대·기아차 도요타 등에 공급하고 있는 씨앤엠로보틱스의 주상완 대표(53)는 군에서 기술을 연마했다. 금오마이스터고(옛 금오공고) 3학년 때 전국기능대회에서 기계조립 분야 금메달을 딸 정도로 ‘기술 꿈나무’였던 주 대표는 충남대에서 기계공학 이론을 쌓았다.
ROTC 장교로 1982년 입대, 군에서 정밀측정장비의 설계·개발 업무를 맡았던 주 대표는 1987년 전역 후 일본 오사카대로 유학을 다녀와 2000년 군에서 익힌 기술을 디딤돌 삼아 창업했다. 주 대표는 “군대에서 장갑차 전차 등 학교에서 접해보지 못했던 첨단정밀기계 장비를 다룬 경험이 회사에서 연구·개발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군복무 중 배운 기술이 산업현장에서 경제를 발전시키는 주춧돌이 되고 있다. 군에서 첨단장비를 분해·조립·정비하면서 쌓은 기술력은 전역 후 기업에서 산업역군이 되게 하거나 창업하는 데 든든한 응원군이 되고 있다. 군대가 각종 기계장비를 다루는 실습의 장이 되면서 ‘제2의 기술학교’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문성암 국방대 국방관리대학원 교수는 “군대에서 첨단장비를 다루는 기술을 배우고 사회에 나간 군인력들은 산업현장의 핵심인력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말했다.
◆실력 배양 요람된 군생활
국토건설이 한창이던 1960~70년대엔 건설부문인력 19만여명이 공병대에서 양성됐다. 이후 매년 분야별로 4만여명의 기술인력이 군에서 배출된다. 최근엔 무기 기계장비 등의 첨단화로 전자·통신장비 등 첨단분야 전문기술 교육이 확대되고 있다.
특수병과 외에 일반 병사에 대한 교육도 다양하다. 군대가 과거 시간만 때우던 병영생활이 아닌 실력을 쌓는 학교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원격강좌로 대학 학점을 취득하는 것은 물론 e러닝교육, 고졸 검정고시 지원, 국가기술자격시험 지원 등 내무반은 실력 배양의 장이나 다름없다. 원격강좌 개설대학이 2010년 54곳에서 올해 80곳, 2015년 120곳으로 확대되고 수강인원도 작년 7033명에서 올해는 8000명으로 늘어났다. 또 외국어, 자격증, 정보기술(IT) 등 2361개 강좌가 e러닝교육으로 무료 운영된다. 올해 국가기술자격증 취득병사 목표는 1만8000명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대의 우수기술 분야를 국가자격화하기 위해 연말까지 관련 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 대령으로 예편한 뒤 컨설팅사를 창업한 조성호 이크레버 회장(육사 29기)은 “기술병과를 거친 군복무자들이 민간 기업의 든든한 기술인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시대적 추세에 맞춰 정보전쟁에 대응할 IT 전문인력 양성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복무자 재취업교육 강화
10년 이상 장기 복무자의 최근 5년간 취업률은 56.9% 수준이다. 취업박람회 창업스쿨 취·창업인턴제 유망업체탐방 등 재취업 지원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지만 만족스러운 수준의 재취업 성과를 올리는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장기복무자를 위한 재취업 교육프로그램은 1~2주간 기본교육과 분야별로 1주에서 최대 8개월에 이르는 심화교육으로 구성된다. 올해 교육 대상 인원은 5570명. 빌딩경영관리사 학교보안관 조경기능사 해기사 사회복지사 등 41개 심화교육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전역을 준비 중인 장기복무자들이 재취업이나 창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산업 변화에 맞춰 신규 과정을 매년 마련하고 있다”며 “이런 교육프로그램들이 장기복무자들이 전역 이후 산업현장 일꾼으로 활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
◆알림=‘1사 1병영’ 운동은 기업과 군부대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이색적인 자매결연 활동을 알려주시면 지면에 반영하겠습니다. 이 캠페인에 함께하길 원하는 기업도 적극 환영합니다.
문의제보 (02)360-4077 dh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