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우면 혈관 수축 혈압·맥박올라…1·2월 월요일 오전 중 발병 '최다'
통증 30분 지속땐 응급실 가야…짜고 기름진 음식· 흡연 삼가야
한씨의 진단명은 급성심근경색. 심근경색이란 심장의 혈관, 관상동맥이 막혀서 피가 원활히 공급되지 못해 심장 근육에 손상이 오는 상태다. 사망률이 40~50%에 달할 만큼 위험하고 치명적이다.
암, 뇌혈관질환에 이어 한국인의 사망원인 3위에 올라 있다. 특히 40~50대 중년층 돌연사 원인의 80%가 급성심근경색이다. 가슴을 누르거나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몇 분씩 느껴진다면 심근경색의 초기 증상이다.
겨울철 갑자기 찬바람을 접했을 때 가슴이 뻐근하고 두근거린다거나 가벼운 운동에도 가슴이 쥐어짜듯 답답하고 싸한 느낌, 무거운 것으로 누르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면 심장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보면 된다.
◆월요일 오전 8~12시께 발병 많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면서 이 질환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높아졌다. 김일성 주석도 1994년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대형 병원들은 김정일 사망 이후 심근경색 증상을 문의하는 환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전한다. 추운 겨울만 되면 가슴에 자주 통증을 느끼는데 심근경색 위험신호가 맞느냐는 문의가 대다수다. 전문의들은 “위험신호가 맞다”고 잘라 말했다. 추운 날씨에 따뜻한 곳에 있다가 갑자기 차가운 곳으로 나가게 되면 심장 혈관이 좁아지고 심장 근육에 산소와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흉통을 느끼는 확률이 높아진다.
최유정 을지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손가락으로 가리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가슴이 칼로 찢기는 것 같고 너무 통증이 심해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의 느낌이 5분 이상 지속되면 급성심근경색을 의심하고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수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근경색증의 직접적인 원인은 동맥경화증과 협심증인데, 동맥경화증은 혈관이 기름기와 혈전(피떡)에 의해 막히는 것이고 협심증은 심장혈관(관상동맥)이 좁아진 상태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심근경색증은 동맥경화나 협심증에 의해 심장의 관상동맥이 혈전으로 완전히 막혀서 심장근육이 괴사(죽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심근경색을 유발하는 요인은 고혈압, 흡연,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스트레스, 운동 부족 등으로 알려져 있다. 대체로 40~50대 중·장년층에게 많은 성인병 유발 원인과 겹친다. 돌연사로 죽는 중년층 열 명 중 여덟 명은 심근경색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질병관리본부에서 심근경색 환자를 요일별로 분석한 결과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 가장 발병률이 높았다. 또 하루 중에도 오전 8시에서 12시 사이가 가장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로는 1·2월에 심근경색 환자가 가장 많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추운 겨울철에 집에서 쉬다가 월요일에 갑자기 직장에 복귀하면 스트레스가 커지고 혈압이나 맥박이 급격히 올라갈 수 있다”며 “과도한 음주나 육체적인 활동들이 간접적으로 심장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특히 겨울철 월요일에는 마음을 편하게 하고 긴장을 이완하는 스트레칭을 자주 반복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심근경색 예방하려면
박성훈 이대목동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소식(小食), 채식, 저염식을 실천하는 식이요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미와 같은 잡곡류를 섭취하고 육류보다는 콩과 생선 등으로 대신하는 게 좋다.
박 교수는 “날씨가 추운 날 아침에는 혈압이 올라가기 때문에 겨울철 아침운동을 가급적 피하고, 외출할 때 급격한 온도 변화로 혈압이 올라가지 않도록 모자, 마스크, 목도리를 착용해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식사는 가능하면 육류, 기름기를 줄이고 신선한 야채나 과일, 생선으로 하는 것이 좋다. 운동도 실내 또는 가급적 따뜻한 오후에 가벼운 산책 등이 좋다. 하지만 춥다고 너무 위축돼 운동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심장이 약해지고 혈압이나 혈당 조절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안정천 고려대 안산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흉통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속이 답답한 증상이 30분 이상 지속되고 동시에 식은땀, 어지럼증,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급성심근경색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안 교수는 “심근경색일 경우 막힌 혈관을 즉시 열어줘야 심근의 괴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의심증상이 있으면 가볍게 여기지 말고 병원 응급실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김효수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박성훈 이대목동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