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전집 22권 마무리…큰 산맥 종주한 느낌이에요"
“지난 1년 동안 제게 맡겨진 숙제가 굉장한 축복이자 큰 고통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소설을 읽는 것은 큰 산맥을 종주하는 것 같은 어려움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냇물이 흐르고 들꽃이 피어나는 즐거움도 함께 주셨습니다. 언어의 즐거움, 표현의 즐거움, 이야기의 즐거움을 주셨습니다. 이렇게 책을 볼 수 있다는 것, 안고 있을 수 있다는 것에 큰 행복을 느낍니다.”

지난 22일로 ‘한국 문단의 어머니’ 박완서 선생(1931~2011)이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됐다. 1주기에 즈음해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박완서 소설전집 결정판’(세계사)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선생의 장녀인 수필가 호원숙 씨(58)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전집은 지난해 10월 선생의 팔순에 맞춰 출간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선생이 직접 교정작업에 참여해 원고를 다듬어나가던 중 담낭암으로 타계하면서 호씨를 비롯한 기획위원들이 그 뜻을 이어받았다. 호씨는 “1년간 교정을 보면서 어느 날은 내팽개쳤다가, 옆에 놓고 자기도 하다가, 잠이 깨면 다시 꺼내 불을 켜고 보곤 했다”고 회고했다.

전집에는 등단작인 《나목》부터 2004년 펴낸 마지막 장편 《그 남자네 집》까지 선생의 장편과 연작소설 15편이 집필 시기 순으로 22권에 담겼다. 작가의 유년 시절부터 청년 시절까지를 그린 자전 소설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비롯해 유일한 연작 소설인 《엄마의 말뚝》 등 박완서 문학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기존에 17권으로 나왔던 전집에 최근작인 《아주 오래된 농담》과 《그 남자네 집》이 추가되고 작가의 뜻에 따라 《욕망의 응달》은 빠졌다. 또 《꿈엔들 잊힐리야》라는 제목으로 바뀌어 수록됐던 《미망》이 다시 원제 그대로 실렸으며 일부 작품이 2~3권으로 분권됐다. 작품마다 집필 무렵 작가의 사진을 실었다. 책 표지는 북디자이너 오진경 씨가 새로 꾸몄다.

기획위원으로 참여한 문학평론가 이경호 씨는 “선생께서는 한국 문학계에서 드물게 중·단편과 장편 모두 최고의 역량을 보였고, 평생에 걸쳐 당대 1급 작가와 어깨를 겨루며 문제작을 발표했다”며 “특히 문학적인 평가와 대중적 지지를 동시에 얻은 작가였다”고 말했다. 또 특정 주제에 천착하지 않고 분단과 이산가족, 자본주의의 속물성, 여성·노인문제 등 폭넓은 작품세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소설가 은희경 씨는 “전집의 목차를 보니 문학도로서, 소설가로서 선생님의 작품과 함께한 제 자신의 문학적 여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며 “제가 선생님께 받은 ‘인생에 대한 긴장’과 ‘나를 소수로 놓는 균형’을 전집 발간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같이 나눴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