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경제 대통령'의 조언…"문제는 일자리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미국 경제를 지속적인 호황으로 이끌며 ‘경제 대통령’으로 불렸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미국이 처한 경제위기를 분석하고 해법을 제시한 《다시 일터로(Back to Work)》가 번역돼 나왔다. 미국에서 지난해 11월 발간된 이 책은 2004년 자서전 《마이 라이프(My Life)》와 2007년 나눔의 중요성을 강조한 《기빙(Giving)》에 이은 그의 세 번째 저서다.

[책마을] '경제 대통령'의 조언…"문제는 일자리야"
그는 책에서 지난 30여년간 미국이 반(反)정부 강박증에 빠져 불필요한 논쟁에 힘을 쏟았다는 데 경제 위기의 근본적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 “다시 일자리를 창출하는 엔진을 가동하고 장기부채 문제를 해결할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하려면, 반정부 이념이라는 가리개를 걷어내고 미국의 부흥을 위해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계속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려면 “강력하고 효율적인 민간 부문과 정부가 공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 소득 증대, 수입 증가를 통한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 그는 “지난 1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국가로 불리는 곳은 강력하고 효율적인 민간 부문과 정부가 공존하고 있고, 두 부문이 늘 의견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해도 서로 협력해서 공동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보수와 진보 진영이 세금과 에너지 정책, 은행 규제에 관해 그리고 용인 가능하고 건강한 정부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관해 논쟁을 벌이기는 하지만 이념보다는 증거와 경험에, 그리고 무엇이 효과가 있는지에 더 초점을 맞춘다는 설명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미래 경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개혁, 은행 대출 촉진, 기업 송금세 인하, 녹색 일자리 창출 등 ‘46가지 해법’도 제안했다. 우선 모기지 시장의 위기를 해소할 빠르고 포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집값이 갚아야 할 모기지보다 싼 이른바 깡통주택 소유자들에 대해서는 대출 원리금을 깎아주거나 상환기간을 연장하면서 좀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출을 도저히 상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모기지를 장기 임대계약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들이 해외에 쌓아둔 이익을 미국으로 송금할 때 물리는 세금을 15~20%로 낮추고, 이익금을 국내로 들여와 일자리 창출에 사용하면 세금을 면제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대출에 나설 수 있도록 미국 중앙은행(Fed)이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클린턴은 경제 해법 중 상당 부분을 녹색 일자리 창출에 할애했다. 전국에 있는 건물의 설비 개선을 위해 공격적인 장려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대출 보증 프로그램을 만들어 은행 대출자금에 대해 상환 보증을 해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새로운 녹색기술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세금공제를 부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연료 개발,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생산 및 구입에 대한 세액공제, 지열에너지 이용 확대 등의 제안도 내놓았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미국이 주목해야 할 본보기 국가로 한국을 꼽기도 했다. 그는 2008년 기준 국가별 광대역통신망 연결 순위에서 한국이 1위를 차지한 점을 근거로 들어 15위에 머문 미국도 정부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광대역통신망 다운로드 속도가 미국보다 네 배 빠르다고 지적하고, 인터넷 속도가 빠를수록 일자리 창출, 정부 서비스 혁신 등의 효과를 낸다고 덧붙였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