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4국 방문..이란 제재 대비 원유수입선 다변화

이명박 대통령이 원유(原油) 확보전에 직접 뛰어들었다.

이 대통령은 내달 4∼11일 사우디 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의 주요 산유국 3개국과 함께 아랍권과의 가교로 여겨지는 터키를 순방한다.

겉으로는 수교 50주년을 맞은 사우디를 방문하는 계기에 주변 중동 국가들과 외교관계를 강화한다는 목적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에 대비해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적 순방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란산 원유수입 감축 계획의 경우 감축분 만큼 수입물량을 미리 확보한 뒤에야 실행에 옮긴다는 전제조건이 있는 만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산유국들로부터 미리 원유수출 약속을 받아놓겠다는 포석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대통령은 중동 최대 산유국이면서 서방 세계에 우호적인 사우디를 필두로, 역시 주요 산유국이자 우리나라와 오랫동안 경제ㆍ에너지 협력을 해온 카타르ㆍUAE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동 3개 산유국은 미국의 이란 원유수출 차단 조치에 반대하는 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최근 방문한 나라들이기도 하다.

다만 청와대는 이란 제재 문제가 매우 민감한 이슈라는 점을 고려해 이른바 `원유확보 외교'와 관련해서는 `로-키(low key)'로 간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와 제3국 공동진출 추진 = 이 대통령은 이번 순방의 첫 순서로 터키를 국빈 방문한다.

이 대통령은 6일 앙카라에서 압둘라 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 제밀 치첵 국회의장 등과의 면담을 통해 우리 기업과의 제3국 공동 진출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터키가 유럽과 아랍 세계를 잇는 가교역할을 하는 만큼 우리 기업의 아랍권 진출은 물론 원유 수입선 다변화와 관련해 도움을 받겠다는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또 터키 지도자들에게 우리 기업들이 기반시설 건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해줄 것을 당부하고,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교역ㆍ투자 확대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다.

양국 정상은 전통적 혈맹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양국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에도 의견을 모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터키의 수도 이스탄불을 방문해 양국 경제인 및 터키 저명 인사들과 간담회를 하고 현지 동포들과도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사우디 최대 축제에 `주빈' 참석 = 두번째 순방국인 사우디에서 이 대통령은 8일 최대 문화 축제 `자나드리아' 개막식에 주빈 자격으로 참석한다.

사우디는 양국 수교 50주년을 맞아 이 대통령을 `주빈'으로 초청했으며 축제 현장에 한국관도 열었다.

우리나라는 터키ㆍ일본 등에 이어 5번째 주빈국이 됐다.

이 대통령은 또 같은 날 수도 리야드에서 압둘라 알 사우드 국왕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원유수입 증량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왕실 서열 2위인 나이프 아지즈 왕세제와 알리 알 나이미 석유장관을 잇달아 접견하는 것도 사실상 같은 목적이라고 한다.

이밖에 이 대통령은 양국 경제인들이 주최하는 포럼에 참석하고 현지 동포들과 간담회도 갖는다.

◇카타르ㆍUAE서도 원유 외교 = 이 대통령은 이어 카타르와 UAE를 차례로 들러 양국간 협력 확대 방안과 함께 원유 확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9일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서 셰이크 하마드 국왕과 정상회담을 열어 경제, 통상, 에너지, 건설, 보건 등의 분야에서 양국간 협력을 강화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원유 수입 물량 확보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전해졌다.

카타르는 우리나라 건설 업체들이 많이 진출한데다 우리 입장에선 전통적인 주요 원유 수출국으로 전략적 중요성이 큰 나라다.

귀국길에 오르는 10일에는 당일 일정으로 UAE를 방문해 셰이크 모하메드 아부다비 왕세자를 면담, 우리 기업 컨소시엄의 아부다비 유전 개발 우선 참여 협약이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한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3월 이 대통령의 UAE 방문 기간에 최소 10억 배럴 이상의 원유 채굴권 계약을 할 수 있는 우선적ㆍ배타적 권리를 보장하는 양해각서를 아부다비석유공사와 체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