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BizⓝCEO 기획특별판 입니다 >

누구나 한번쯤 3M 테이프를 쓰며 고품질에 놀래봤을 것이다. 최근 3M에 버금가는 품질의 산업용테이프로 수출을 주도하는 국내기업이 있어 화제다. (주)화인테크놀리지(대표 서영옥 www.finetechnology.co.kr)가 그 주인공. 서 대표는 여성으로서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산업용 테이프시장을 개척한 선구자이다.

경남 양산의 어곡산업단지에 위치한 이 회사는 지난 1998년, IMF시대 정면승부하며 성장했다. 주로 공산품의 표면보호를 위해 사용하는 산업용테이프를 생산하는 직원 40명, 매출규모 143억원의 중소기업이다. 2011년에는 온도 박리형 테이프를 응용한 초박막 기판 제조용 코퍼 케리어 필름을 개발, 생산성을 두 배 이상 높인 것은 물론 화학폐기물의 배출량을 30% 줄이는 등 기술혁신성을 인정받았다.

화인테크놀리지는 현재 삼성전기, 태양유전, NXP, ASE 등 해외 유수의 반도체 생산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품질의 우수성과 기술력을 자랑한다. 1999년에 기업부설기술연구소를 설립해 테이프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은 물론 포항공대 공정 산업 지능자동화 연구센터와의 컨소시엄 체결로 접착제 배합공정을 표준화했다. 브라운관용 표면 보호용 테이프를 시작으로, 현재는 건축자재용 표면 보호용 테이프뿐만 아니라,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가공용, 반도체 및 전기·전자용 고기능성 테이프를 생산하고 있다.

2000년도 개발에 성공한 반도체 및 전기전자용 테이프는 엄격한 반도체 생산 기준이 요구되어지는 제품들이다. 웨이퍼의 표면을 극도로 평탄하게 연마하거나 개별 칩으로 절단할 때 사용된다. 공정 후에는, 자외선(UV) 조사 등의 방법으로 오염 없이 제거 할 수 있다.

2002년 특허 등록된 가열박리형 특수테이프는 지속적인 연구개발 노력을 통해 품질 면에서 세계최고라는 일본의 글로벌 메이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공정 중에는 높은 점착력은 유지하며, 작업이 끝난 후에는 일정한 온도에서 오염 없이 테이프가 가공 제품과 박리 되는 점이 특징이다. 이렇게 하루하루 어려운 경쟁을 뚫고 품질개량을 해 온 결과 일본을 비롯해 독일, 대만, 중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당당하게 Made in Korea제품으로 전세계에 수출한다.

2004년 100만불 수출탑을 수상한 이래, 2007년 300만불, 2010년엔 500만불 수출탑을 받았으며 올해는 1000만불 수출탑 수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공적으로 서영옥 대표는 2011년 제12회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에서 국가산업발전에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동탑산업훈장을 수훈 했다.

2009년부터 자체브랜드를 알리며 대만시장에 진출해 많은 성과를 이루었다. 또한 삼성전기와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반도체 제조용 테이프의 국산화를 통해 높은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 역수출을 통해 2011년 매출의 67%를 해외시장에서 거두기도 했다.

내일이 환하게 빛나는 (주)화인테크놀리지는 앞으로도 문화경영과 다양한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 나갈 방침이다.

◆두려움을 모르는 '카리스마' 여성기업인 - 서영옥 대표

작은 체구에 다부진 몸매, 비록 여성이지만 당차고 남성적 기품까지 풍기는 화인테크놀리지의 서영옥 대표이사. 서 있기만 해도 카리스마 넘치는 그녀의 성격은 여성으로서 접근하기 힘든 분야에 도전하며 자연스레 틀이 잡혔다.

양산 물금 토박이인 서 대표는 홀어머니의 어려운 살림에도 늘 공부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가슴속에 간직해 왔다. 늦깍이로 동아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서 대표는 부경대학교(구 부산공전) 화공학과를 졸업하기 전까지, 화공기사, 화약류 관리기사 등 취득한 각종 기사자격증 만 6종에 이른다.

졸업 후, 페인트회사에 입사해 기술부, 품질관리 업무를 맡았다. 1981년 점착 테이프 회사 연구실장으로 입사하면서, 산업용 특수 테이프와 첫 인연을 맺었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수입 테이프는 매우 고가였고, 자체기술력은 없었다. 이 당시 서대표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중소기업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선진국의 퇴역기술자(IESC)로부터 기술 지도를 받았다. 서 대표는 “하루 종일 지독한 화공약품 냄새와 씨름하다 보면 후각이 마비될 정도였지만, 점착제가 테이프 성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분야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테이프에서 점착제의 중요성을 절감한 서 대표는 이때부터 접착제 연구에 파고들었다. 외국인 스승은 한국의 ‘빨리빨리’ 습성을 배제시키며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져줬다. 1987년 창업의 꿈을 안고 회사 퇴직금과 주변에서 빌린 자금으로 점착제 제조기 한 대를 구입 했다. “첫 생산한 테이프 한 롤을 들고 버스를 타고 가 납품한 뒤 3만원을 받고 돌아오며 감격해 한 없이 울었다”고 회상하는 서영옥 대표. 10여년 동안 쌓은 테이프 생산 기술로 1998년 마침내 (주)화인테크놀리지를 창업한다.

서 대표는 “기술개발 혹은 다른 것들도 다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이 최고다. 내 직원을 진심으로 위할 때 흠이 있는 기계로도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경영 철학을 설명했다. 또 “미래의 어느 날, 불확실한 약속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이미 의미가 없다. 현재의 사정대로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아껴서고, 나누어 쓰며, 더불어 살고 싶다.”며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그녀에게 있어 고통은 현재의 결실을 맺게 한 밑거름이었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