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재부각되면서 약보합세로 마감했다.

3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74포인트(0.05%) 하락한 1만2653.72로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3.32포인트(0.25%) 내린 1313.01을, 나스닥 종합지수는 4.61포인트(0.16%) 떨어진 2811.94로 마감했다.

이날 증시는 그리스 우려로 장 초반 1% 이상 떨어졌으나 애플 등 기술주의 상승으로 낙폭을 축소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은 1% 가량 올랐다. 반면 금융주는 약세를 보였다.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등은 2~3% 내렸다.

그리스와 독일의 의견 충돌로 그리스 구제금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며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다.

독일 정부는 그리스가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합의해 정해진 지원 프로그램의 목표와 다른 예산결정을 할 경우 유로존 예산위원에게 거부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유로존 정부들에 제안했다.

그리스가 재정 긴축 목표 달성에 거듭 실패하고, 약속된 개혁 이행도 지연되는 만큼 2차 지원에서는 목표들의 달성을 확실히 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당사국인 그리스 정부의 판텔리스 카프시스 대변인은 "재정에 관한 자주권은 그리스의 책임 아래 있다" 며 "그런 조치는 필요 없다"고 격하게 반응했다.

EU 정상회담을 통해 영구 구제금융기금인 유럽재정안정기구(ESM)의 출범과 재정규율 강화를 위한 신재정협약이 최종 합의됐으나 시장 호재로 작용하진 못했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칼 웨인버그 설립자는 "유럽정상회담에서 유럽 재정 통합을 위한 합의가 도출됐으나 현재 급한 것은 그리스 문제" 라며 "급한 불을 먼저 꺼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르투갈의 국채 금리가 사상 최고치(16.45%) 수준으로 치솟은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국채 직매입에 나서면서 진정에 나섰으나 불안감은 가중됐다.

미국의 소비지표도 부진했다. 지난해 12월 소비지출은 전달과 동일한 제자리에 머물러 시장 예상치인 0.1% 증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국제 유가는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3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78센트(0.8%) 떨어진 배럴당 98.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 sul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