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잡은 라코스테, 다음 타깃은 女心"
“의욕은 알겠는데, 목표치가 너무 높아요. 좀 낮춥시다.”

2009년 5월 서울 삼성동 동일드방레(동일방직과 프랑스 드방레가 50%씩 투자한 합작사) 본사. 두 달 전 합류한 이선효 사장(55·사진)으로부터 ‘라코스테의 한국시장 공략 계획’을 듣던 프랭크 캉셀로니 드방레 아시아 총괄사장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매출이 몇 년째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데 2008년 820억원이던 매출을 2014년 1700억원으로 6년 만에 2배로 늘리겠다고 호언하니, ‘신임 사장이다 보니 의욕이 앞선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결국 2014년 목표는 1500억원으로 조정됐다.

2년8개월이 흐른 올해 초, 이 사장은 캉셀로니 사장과 다시 만났다. 그의 손에는 매출 1760억원이 찍힌 ‘2011년 성적표’가 들려 있었다. 캉셀로니 사장이 “2014년에도 불가능하다”고 했던 바로 그 숫자였다.

브랜드 로열티가 강한 정통 캐주얼 시장에서 특정 브랜드 매출이 3년 만에 2배로 늘어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더구나 신생 브랜드도 아닌 1930년대에 태어난 ‘늙은’ 브랜드가 이처럼 화려하게 ‘부활’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그동안 동일드방레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동일드방레 본사에서 만난 이 사장은 “‘라코스테 회춘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얼마 전 캉셀로니 사장에게 ‘2014년 매출 목표를 3000억원으로 잡았다’고 했더니 ‘작게 잡은 것 아니냐’는 답변이 돌아오더라”고 덧붙였다.

제일모직과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에서 실무를 익힌 이 사장이 합류했을 때 라코스테는 ‘위기상황’이었다. 당시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에서 라코스테 매출은 폴로와 빈폴의 38%에 불과했다.

이 사장이 내린 해법은 라코스테를 ‘젊은 브랜드’로 변신시키는 일이었다. 50㎡의 자그마한 매장에 20대를 겨냥한 셔츠와 50대를 위한 스웨터를 함께 내걸다 보니 아무도 찾지 않는 브랜드가 됐다고 판단한 것. 그는 “20대를 잡아야 30~50대도 따라온다고 보고 ‘노(老)티’ 나는 골프 점퍼와 스웨터 등을 과감하게 치웠다”고 설명했다.

‘편안함’을 앞세운 폴로, 빈폴 등 아메리칸 캐주얼과의 차별화에도 나섰다. 라코스테가 프랑스 태생인 점을 살려 ‘멋스러움’을 전면에 내세웠다. 구색용으로 제작하던 ‘슬림 핏 피케셔츠’(허리를 잘록하게 만들어 몸매를 살린 셔츠)를 대량 생산한 뒤 매장의 가장 목 좋은 곳에 배치했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스타일과 색감을 ‘라코스테 풍(風)’으로 풀어낸 다운재킷도 선보였다.

‘달라진’ 라코스테는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는 데 성공했다. 슬림 핏 피케셔츠는 생산량의 95%가 정상가격에 팔려 나갔고, 다운점퍼는 ‘완판’(완전 판매) 행진을 이어갔다. 20대로부터 ‘핫 브랜드’로 인정받자 곧이어 유행에 민감한 30~40대들도 매장을 찾기 시작했다.

이 사장의 다음 목표는 ‘여심’(女心)을 잡는 것이다. 라코스테 여성복 라인을 2일 론칭하며 띠어리, 이자벨마랑 등 고급 여성복 브랜드에 도전장을 내민다. 이 사장은 “라코스테의 감성으로 만든 직장 여성들의 출·퇴근복”이라며 “캐주얼에서 시작된 ‘라코스테 붐’을 여성복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