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준법지원인 적용 대상을 자산 3000억원 이상 상장회사에서 5000억원 이상으로 축소시켰다. 중소기업에까지 준법지원인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한 기존 상법 시행령안에 대한 재계의 비판을 수용한 결과다.

법무부는 준법지원인 제도와 관련한 상법 시행령안을 확정했다고 31일 발표했다. 법무부가 지난해 12월28일 입법예고한 시행령안에서는 자산총액 3000억원 이상 상장회사 총 430개(1월2일 기준 금융사를 제외한 전체 상장회사 1659개의 25.5%)가 도입대상이었으나 이번 확정안에는 5000억원 이상 287개(17.0%)로 줄었다. 유가시장 상장사의 38.4%, 코스닥의 2.6%다.

법무부는 지난달 17일까지 입법예고 기간 동안 중소기업의 부담이 크다는 경제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자산총액 5000억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하는 기준(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제3조)이다.

법무부는 또 준법지원인의 자격에 대해 법률학 학사라는 최소한의 학력요건도 폐지했다. 법학을 전공하지 않거나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상장회사 법률부서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는 준법지원인이 될 수 있다. 법무부는 지식과 학력보다는 실력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와 5년 이상 법학 조교수 근무자, 법학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로 상장회사 법률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자도 기존과 마찬가지로 준법지원인 자격이 부여된다. 전경련 관계자는 “그나마 기준이 상향 조정돼 다행이지만 준법지원인제가 여전히 불필요한 중복규제라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일단 준법지원인을 두지 않더라도 처벌·제재하는 대신 이를 도입한 기업에 유인책을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임도원/김수언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