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순익 중 가맹점 수수료 비중 1% 불과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기 시작한 신용카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가맹점들은 하나같이 수수료가 비싸다고 난리다. 정치권은 수수료율을 강제로 낮추기 위해 카드사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소비자들은 혜택이 줄어들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카드사들도 입이 나와 있기는 마찬가지다. 시리즈를 통해 문제점을 짚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지난해 11월 유흥음식업중앙회 등 62개 직능단체가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 촉구를 위해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개최한 결의대회. 이 자리에 참석한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목소리로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19일 신용카드 수수료 관련 정책을 구체적으로 내놨다. 장기적으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업종과 규모 등에 관계없이 1.5%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를 정리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30일 발의했다. 이 법안은 카드사가 수수료를 내리지 않으면 카드사 임원을 문책하고 카드사에 대한 업무 정지를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신용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율은 2%를 약간 웃도는 수준. 카드사 사장들은 “정치권의 요구대로 수수료율을 2%에서 1.5%로 낮출 경우 카드사들이 신용판매 부문에서 엄청난 적자를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드사들의 업무는 크게 신용판매(일시불과 할부)와 금융(카드론과 현금서비스)으로 나뉜다. 지금도 신용판매, 특히 일시불 부문에서는 이익이 안 나는데 어떻게 수수료율을 낮출 수 있느냐는 게 카드사들의 항변이다.

과연 그럴까. 2010년 현대카드의 수익구조를 분석해 보자. 이 회사가 2010년 올린 순이익은 3528억원. 이 가운데 유가증권과 관련한 1회성 이익이 1038억원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는 카드론(960억원) 현금서비스(640억원) 할부판매(600억원) 등이다. 가맹점 수수료로 번 순이익은 36억원에 그쳤다. 전체 순이익 가운데 비중이 1%에 그친다. 반면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금융 쪽 순이익 비중은 45.4%에 이른다. 1회성 이익을 뺀다고 치면 사실상 카드사의 대부분의 이익은 금융 업무에서 나온다. 신한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 등 다른 카드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7년부터 5차례에 걸쳐 1.5%포인트가량 수수료를 내린 탓이다.

전문가들은 카드사 수수료율을 강제로 내리려는 것과 함께 일률적으로 정하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보우 단국대 신용카드학과 교수는 “수수료율을 일괄적으로 매긴다는 것은 경쟁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라며 “전 세계 어떤 나라도 수수료율을 하나로 정하는 곳은 없다”고 비판했다.

수수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카드 결제를 대행해주는 밴(VAN)사가 대형 가맹점에 지급하는 리베이트 관행을 개선하는 등 보다 구조적인 접근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카드사 사장들은 정치권과 정부, 업계와 학계가 지금 고민할 것은 금융 업무에 치중돼 있는 카드사 수익구조를 바로잡는 데 있다고 말한다. 신용판매에서 적정한 수준의 수익이 창출된다면 금융 업무에서 대출금리를 낮춰 수익을 줄일 여력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