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W 무죄' 받았지만 거래량 '반토막'
주식워런트증권(ELW) 부당거래를 둘러싼 법적 공방 1라운드가 31일 마무리됐다. 검찰에 기소된 12개 전·현직 증권사 대표 모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했음이 입증됐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는 무겁다. 1년 남짓 동안 세 차례의 규제가 집중되면서 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 이미 시작된 업계의 ‘엑소더스(탈출)’ 역시 되돌리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오락가락하는 파생시장 정책이 시장의 질을 오히려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폐지론’까지 나오는 배경은

'ELW 무죄' 받았지만 거래량 '반토막'
이날 ELW 거래대금은 1조677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의 16.21%를 차지했다. 8000억원대에 머물던 이달 초보다는 소폭 늘었지만 2조원에 육박했던 2010년 말보다는 활력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 1만개에 육박하던 상장종목 수도 발행빈도가 월 1회로 제한되면서 6689개로 급감했다.

2005년에 시작된 국내 ELW시장은 2010년까지도 홍콩에 이어 세계 2위에 랭크됐다. 하지만 높은 스캘퍼(초단타매매자) 비중, 개인투자자 피해, 증권사의 불공정 거래 등이 논란이 되면서 금융당국의 강한 규제를 받기 시작했다.

초단타 거래 더욱 극성

금융당국이 문제삼은 것은 개인투자자의 손쉬운 진입에 따른 시장 과열, 옵션 대비 ‘가격 할증’(같은 종류의 옵션보다 ELW가 비싼 점) 등이었다.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극심하다는 진단 아래 1500만원의 기본 예탁금이 지난해 10월부터 도입됐다.

하지만 유례없는 규제 정책이 ‘시장 건전화’를 이끌었는지에 대해서는 최근 회의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시장이 잠잠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거래종목 급감 등이 원인”이라며 “소액투자자 진입 장벽이 높아지자 ‘큰손(스캘퍼)’만 남았고 이들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고 분석했다.

거래 패턴은 더 단기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틀 이상 ELW 종목을 보유하는 투자자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0.47%에 그쳤다. 1년 전(0.81%)보다 더 줄었다. 중장기 투자에 ELW를 활용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줄어들면서 초단타 거래 비중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문제가 많은 시장이니 진입을 줄이는 식의 규제로는 시장을 건전화할 수 없다”며 “증권사의 호가 제시 의무를 강화하다 3차대책부터 반대로 완화하는 등 일관성 없는 정책 방향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콩 시장에서 배울 점은

세계 1위인 홍콩 ELW시장도 성장통을 겪었다. 2006년 홍콩금융감독원(SFC)은 다양한 투자자 불만이 나오자 업계와 논의를 거쳐 ‘6포인트 플랜’을 내놨다. LP 역할을 강화하는 동시에 △수수료 리베이트 금지 △마케팅 가이드라인 제작 △쉬운 용어 사용 등에 초점을 맞췄다. 소액투자자들이 무리하게 옵션에 투자하기보다는 ELW에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게 초점이다.

한 전문가는 “진입 장벽을 두기보다는 시장 감독을 철저히 하고 투자자의 ‘수준‘을 높이는 게 홍콩의 특징”이라며 “이곳 투자자들은 국내보다 규제가 적은데도 레버리지가 낮고 중장기적인 투자 패턴을 보인다”고 소개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