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음악이 흐르는 아침]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프랑스의 에릭 사티(1866~1925)는 논리적인 독일 고전주의의 전통과 거대한 스케일을 지향하는 바그너식의 후기낭만주의가 팽배하던 시절에 전혀 다른 길을 간 인물이다. 선율을 구조적으로 발전시키거나 변형시키는 것에 무관심했고, 교묘한 화성으로 귀를 즐겁게 하는 것도 싫어했다. 동년배 프랑스 음악가인 드뷔시의 이른바 인상주의와도 거리를 두었으니, 악구를 반복하고 병치하되 늘 간결·명쾌함을 근본으로 했다. 그래서 그의 곡은 결코 차원이 높다고는 할 수 없어도 특유의 독창적이며 은밀한 뉘앙스를 풍긴다.

그 대표작이 22세에 작곡한 ‘짐노페디’다. 단순함의 미학이란 이런 것일까. 고대 그리스의 나체 남성이 춤추는 의식을 상상한 제목답게 지극히 간결하다. 전체 3곡 연주에 겨우 7분30초가 소요될 뿐이고, 피아노 초보자가 금방 칠 만큼 기교적으로도 쉽다. 그런데도 곡이 뿜어내는 정서는 풍부하다.

사티의 독창성은 그가 파리 음악원의 열등생이었다는 배경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기성의 권위가 아닌 새로운 것을 찾고자 한 것이다. 창조력의 원천은 이처럼 엉뚱할 수도 있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