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슈퍼판매 무산될 듯
일반의약품의 슈퍼판매 방안을 추진해왔던 김구 대한약사회장(사진)이 약사들의 반대에 떠밀려 결국 2선으로 물러났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감기약·해열진통제·두통약·소화제 등의 슈퍼판매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31일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이날 약사회 집행부에 “새로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향후 활동에 대한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약사회 관계자는 “김 회장이 임기(12월)를 남겨놓고 있어 신임 회장 선출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회장직은 당분간 유지하겠지만 가정상비약 슈퍼판매 문제, 약사회 고유업무 등에서는 모두 손을 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김 회장이 사실상 회장 직무를 포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지난 26일 열린 임시대의원 총회 표결 결과에 따른 입장표명으로 보여진다. 당시 총회에서는 약사회 대의원 282명 중 절반인 141명이 김 회장의 ‘슈퍼판매 허용’ 입장에 반대표를 던졌다. 의결 정족수에 한 표가 모자라 안건이 무효처리됐지만 찬성 107표보다 월등히 반대가 많았다.

김 회장은 비대위원장에 민병림 서울지부장과 김현태 경기도지부장을 추천했다. 이들은 상비약 슈퍼판매에 가장 강력하게 반대해왔다. 이들 중 한 명이 비대위원장을 맡게 되면 약사회 노선은 기존 ‘협의’에서 ‘반대’로 180도 돌아서게 된다.

민 지부장은 “약사회 임원들과 협의 후 (수락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고, 김 지부장은 “협상에 나섰던 임원들이 전부 사퇴하고 상근직원 임명권, 재정 운영권을 주면 맡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