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팬 사로잡은 역동적 군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감미로운 노래와 역동적이고 화려한 군무. 전 세계 1000만 관객을 매혹시킨 명성에 걸맞게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사진)가 지난달 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2005년과 2006년 공연 때 세종문화회관 역대 최다 관람객 기록을 경신하며 뮤지컬 팬을 사로잡은 오리지널 투어팀이 6년 만에 다시 왔다. 프랑스어가 아닌 영어로 공연한다.

원작은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 15세기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집시여인 에스메랄다를 둘러싼 성당 종지기 콰지모도, 대주교 프롤로, 근위대장 페뷔스 세 남자의 사랑과 욕망을 그렸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대사 없이 이어지는 54곡의 노래다. 모든 대사가 선율 위에 얹혀져 오페라를 연상케 한다. 음유시인 그랭구아르의 서곡 ‘대성당의 시대’부터 세 남자가 부르는 ‘아름답다(Belle)’, 콰지모도가 죽은 에스메랄다를 안고 부르는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까지 시적인 가사와 어우러진 서정적인 멜로디는 두 시간여 동안 귓전을 울린다.

무대는 간결하다. 뒤편에 설치된 웅장한 사각 조형물뿐이어서 허허롭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감각적인 조명과 어울려 성당의 높은 벽으로, 쾌락의 공간 카바레로, 집시들을 가둔 감옥으로 변화를 거듭하며 상상력을 자극한다.

음악과 함께 무대를 채우는 건 무용수들의 춤이다. 현대무용과 애크러배틱, 브레이크 댄스가 결합된 안무는 역동적이다 못해 격렬하다. 무용수들은 집시들의 자유로운 영혼을 표현하듯 무대 위를 휘저으면서 뛰고 구르며 자유로운 몸짓을 뿜어낸다. 10m 높이의 벽을 능숙하게 타고 오르고, 천장에 매달린 100㎏짜리 대형 종들에 매달려 아슬아슬 몸을 흔든다.

13년 동안 콰지모도 역을 맡은 맷 로랑은 500번 이상 무대에 선 관록답게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쇳소리가 섞인 거칠고 굵은 창법으로 절규하는 콰지모도를 표현해낸다.

종교적 신념과 사랑 사이에서 고뇌하는 프롤로 역의 로베르 마리엥도 원숙한 목소리로 다소 밋밋한 그랭구아르나 페뷔스의 노래에 힘을 싣는다. 영어로 부른 노래들은 프랑스어에 비해 유려함과 서정적인 매력이 덜하지만 가사 전달에는 효과적이다. 오는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 뒤 3월1~4일 경기 성남아트센터, 8~11일 광주 문화예술회관, 16~25일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관객을 만난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